동네마다 '기후정의행진' 준비에 '구슬땀'..."양파망으로 집회용품 만들어요"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2-09-23 08: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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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주민들 '기후정의행진' 준비하며 작은잔치 열어
"기후정의가 왜 필요한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죠"
▲폐현수막 뒷면에 빨대 등으로 글자를 만든 피켓 ©newstree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924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서울지역 공동체와 창작동아리 등의 단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환경보호라는 막연한 캠페인을 넘어 시민들의 실천적 행동을 요구하는만큼 참여단체들은 저마다 '기후정의'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합정동에 있는 카페 '슬금슬금'에서는 작은 장터가 열렸다. 카페 앞마당에는 예닐곱개 돗자리가 놓여있었고, 그 위에 즐비하게 놓인 옷가지와 책, 모자, 뜨개질한 작품, 공예품, 신발들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카페를 중심으로 지역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쓰고 있는 물건들을 나눔하는 일종의 '아나바다' 장터였다. 

'우리동네 기후정의'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장터는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이 주최하고 하와이안 피자클럽, 협동조합 뒷북, 마포 다정한 재단, 마포 녹색당 등 10여곳의 동네 모임들이 함께 했다. 이날 장터는 순전히 '924 기후정의행진'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그것도 누가 먼저라고 할 것이 자발적으로. 3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는데 대부분 20~40대 여성이 주축이었다.

장터에 마련된 자유발언대는 '기후위기 앞에선 창작자들'과 마포 녹색당이 주관했다. 한 청년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마이크를 잡고 즉석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이 청년은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9월 24일 토요일 광화문에서 만납시다"라고 외치며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기적 마음으로도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 쩌렁쩌렁한 청년의 목소리에서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기후정의 관련 자작시를 합독하는 창작자들(좌)과 동네 장터  ©newstree


볼거리도 이어졌다. 5명의 창작자들은 저마다 창작시를 낭송했다. 랩의 리듬에 맞춰 낭송과 합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는 외치네, 여기서 나는 외치네, 여기서 나는 슬퍼해, 여기서 나는 노래하네, 여기서 나는 춤추네." 지켜보던 일부 사람들이 구호같은 랩을 함께 따라하기도 했다. 묘하게 흥을 돋구는 랩이었다.

카페 안에서는 기후정의행진에서 사용할 피켓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피켓과 소품이 특이했다. 버려진 현수막이나 Y자 배너, 양파망 등이 피켓 재료였다. 색종이나 빨대 등으로 글자와 이미지를 만들어 현수막에 붙였다. 화학 접착제나 본드는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풀이나 집에서 가져온 끈이나 실로 매듭을 만들어 부착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회용품은 저마다 집에서 사용하거나 버려진 물건들을 이용해 만들었다.

'클라블라우'(klarblau:맑은파랑)라는 동네가게가 피켓만들기 작업을 주도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쓸모없는 것들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주로 하는 클라블라우의 주인장 허지현 씨는 "보통 집회에서 사용하는 피켓은 고딕체에다 사각도형 중심으로 너무 획일적이다"면서 "우리는 양파망에 구호를 써서 옷으로 걸치기도 하고, 다양한 모양의 이미지로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미지보다 즐거운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허지현씨는 "기후정의행진에 사용될 소품과 피켓에 친환경 정신을 담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느냐"며 웃어보였다.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활동가인 시인 희음은 "기후정의행진에 동네 주민들과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창작자들도 글쓰기로 참여하고 우리 모두의 상상력과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광화문 사거리에서도 사전 행사가 펼쳐졌다. '924 기후정의 거리연설+기후위기를 찍는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오픈 마이크가 설치돼 있었다. 또 집에서 가져온 헌 옷가지에 '기후정의'와 관련된 다양한 메시지를 실크스크린으로 새기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오픈 마이크로 연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나눠주는 유인물을 유심히 읽기도 했다. '924 기후정의행동'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매일 돌아가며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면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 날은 기후정의기독인연대와 기후위기 앞에선 창작자들이 담당했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924 기후정의행진'을 홍보하는 사람들 ©newstree


이날 행사를 맡은 기후정의기독인연대의 문형욱 공동대표는 "신이 창조한 질서를 보전하기보다 이기심과 무한 탐욕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적 개발과 성장의 가치에 교회가 가담하고 있는 것은 슬픈 현실"이라며 "성서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기독인으로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공동대표는 "기후정의를 외치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외치는 일"이라며 "지금의 기후위기는 사람을 갈취하고, 자연을 착취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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