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2위' 美 넷제로 실현하면..."전세계 740만명 생명 구한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6-17 18:03:16
  • -
  • +
  • 인쇄
美기후영향연구소 분석결과에 미국 행보 주목
"3.7조달러 기후 대응비용도 절감...시간 촉박해"

미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면 전세계 74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기후영향연구소(Climate Impact Lab) 로듐(Rhodium) 연구단체는 미국이 2050년까지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는데 성공하면 금세기동안 전세계 740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구명계산기'(lives saved calculator)로 과거 사망률 기록모델과 국지기온 예측모델을 이용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미국에서 화석연료 소비가 가장 높은 10개 주가 '넷제로'를 실현할 시 전세계 37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텍사스에서만 11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적은 아이다호주의 경우는 약 6만8000명, 캔자스주는 12만6000명, 하와이주는 약 1만6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넷제로'를 달성하면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될 비용 3조7000억달러도 아낄 수 있어 재정 절감에도 큰 이점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전세계 인구가 폭염을 비롯한 폭풍과 홍수, 가뭄 및 기타 기후위기에 직면할 지의 여부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온실가스 오염국인 미국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이같은 분석이 나오면서 향후 미국의 배출감축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미국에서 기후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기후재앙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성공여부에 따라 전세계 수백만명이 목숨을 구하거나 혹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기후법안을 통과시킬 기회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아직 의미있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약 5500억달러의 기후지출을 포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BBB) 법안은 올초 상원에서 공화당의 반대와 친석탄 중도성향의 조 맨친(Joe Manchin) 민주당 의원의 비협조로 부결됐다. 그는 모든 단계적 화석연료산업 폐지 조치에 반대해 왔다.

미국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감세조치의 형태로 별도의 법안을 발의해 해당 지출 중 약 3000억달러를 구제하고, 중요한 부동표인 맨친 의원이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11월 중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간이 매우 촉박해진 상황이다.

연구를 수행한 한나 헤스(Hannah Hess) 로듐연구단체 부소장은 "탄소배출이 1톤 늘어날 때마다 전세계는 그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면서 "특히 사망률 면에서 가시적인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차원의 기후행동은 진전되지 않고 있지만 주나 지방 차원의 조치만으로도 삶의 측면이 달라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헤스 부소장은 "금세기 기온상승은 전세계적으로 불균등한 사망자 분포를 낳을 것"이라며, 특히 남아시아 및 북아프리카, 서아프리카 등에서 심각한 피해가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 등은 한낮 기온이 50℃에 달하는 폭염이 발생하면서 수백명이 사망했다. 기후위기로 이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30배 더 높아졌다.

더구나 이번 연구는 더위에 따른 위협에 국한됐는데, 홍수와 폭풍 등 다른 기후 위협까지 감안하면 기후피해는 이번 추정치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또 헤스 부소장은 "사람들은 보유한 자원에 따른 폭염 적응능력이 제각기 달라 기온이 똑같이 높은 지역이어도 사망 위험률이 동일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폴 블레드소(Paul Bledsoe) 빌 클린턴 행정부 과학고문이자 현 진보정책연구소(Progressive Policy Institute) 전략고문은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입법의 시급성을 무색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상황은 청정에너지 생산으로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위기는 의회가 청정에너지 입법을 따를 가능성을 높였다"며 "국제적 영향으로 인한 오일쇼크를 피하려면 자국내 석유수요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인플레이션과 안보의 필요조건은 모두 청정에너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블레드소 고문은 "민주당이 행동하지 않고 올가을 의석의 과반수를 잃는다면 이 위기의 순간 미국은 효과적인 기후정책을 세우지 못할 것"이라며 "당과 세계 모두에게 이보다 더 파괴적인 결과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