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등록 금지가 예고된 가운데 산업은 빠르게 전환해도 사람의 노동생산성과 숙련도는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정의로운 전환'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공동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조의 역할과 방향' 토론회에서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어떤 원칙을 기반으로 어떤 형태와 속도로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철강산업이나 시멘트산업 등도 나중에 전환의 대상이 돼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의 전환이 좋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로도, 또 기후위기 대응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늦어도 30년 안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100% 전기·수소차로 전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수송부문 탄소배출량은 약 9800만톤으로 국내총배출량의 13.7% 수준"이라며 "우리가 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고, 또 변화하지 않으면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산업과 일자리가 한꺼번에 없어질지 모른다. 기왕 우리에게 주어진 길이 있다면, 피해갈 수 없다면, 알고 있다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앞서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기후위기 및 정의로운 전환 인식 연구결과'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연구실장은 "완성차 조합원들은 전환에 의한 고용불안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정책의 도입 필요성에 깊이 공감할 뿐 아니라 도입 시점 또한 상당히 빨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협력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한국지엠 노동자 1019명을 대상으로 면접 및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82%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35년 이내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에 공감을 표했다. 2030년 또는 그 이전 판매 금지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도 64%에 달했다. 미래차 산업 전환으로 고용 규모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89.3%에 달했다.
정의로운 전환에서 중앙정부(29%)와 노동자 및 노조(28%)가 가장 중요한 주체라는 답변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와의 소통 부재로 미래차 산업 전환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에 대해 노동자들의 부정 답변(33%)이 긍정 답변(25%)을 앞섰다. 전환에 필요한 우선순위로는 정부의 미래차 인프라 구축과 재정 지원(33%), 노동자 역량 강화 및 고용 안정성 강화(25%), 기업의 미래차 전환 경영 전략 및 계획(17.9%) 순이었다. 오민규 연구실장은 "조합원들은 정의로운 전환에 있어서 기업보다는 중앙정부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전환 논의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내세울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번 조사 결과의 의미를 해석했다.
이어지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조의 역할과 방향' 발제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김상민 정책실장은 "신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육성계획이 아닌 기업지원 일변도의 정부지원책으로 부품사들의 기술종속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노조에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주문한다고 보고, 중층적인 전환역량 구축을 통해 현재의 기업지원 일변도의 산업전환을 정의로운 산업전환으로 돌려 내겠다"고 금속노조의 향후 방향을 밝혔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자로 참여한 한국폴리텍 II 대학 이상호 학장은 "지금 자동차산업이 봉착하고 있는 전환문제는 위험요인이면서 기회요인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하는 자동차산업이 기후위기에 의해서 가장 선도적으로 노사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조합에서 나오는 대책들이 원론적이거나 담론적이거나 거대한 이야기밖에 없다"며 "정부의 책임 강조 외에도 충분히 계획적이고 세밀한 정책적 대안을 정확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정비업체, 판매업체, 주유소 등 결국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연관된 다양한 산업계가 영향을 받는 이슈이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가 시작돼야 한다"며 "전기차 지원금은 4조원, 재생에너지 보조금 2조6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연간 14조원의 교통에너지 환경세가 기후위기 상황에서 도로와 철도를 늘리는 데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전환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고 누가 부담할지, 각종 시나리오별로 연구를 해야하고, 그래야 철강과 시멘트 등 다른 산업 전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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