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들 "채굴 늘리면 원주민 2차 피해"
전기자동차 전환을 앞당기려면 배터리의 핵심광물인 '리튬'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무분별한 채굴은 심각한 환경파괴를 낳는다는 점에서 리튬 채굴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리튬 생산을 늘리려는 정부에 환경단체들이 맞서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선임변호사 마야 골든크랜서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채광산업에 많은 정부보조금이 투입되고 있고, 규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리튬 채굴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리튬·니켈·흑연·코발트·망간 등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주요 광물을 증산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ce Production Act·DPA)을 조만간 발동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DPA는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물품을 생산 기업의 손실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1950년 9월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이 법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철강 생산을 위해,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물자 확보에 활용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의 DPA 발동은 세계 최고 리튬 생산국인 중국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미국 내 배터리 수급을 원활하게 해 전기자동차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020년 기준 흑연과 망간을 100%, 코발트와 리튬을 각각 76%와 50%를 수입했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광물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DPA를 발동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DPA가 발동되면 해당 광물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은 약 7억5000만달러(약 9113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받게 된다.
특히 DPA 대상 5개 광물 가운데 재충전 배터리의 핵심인 '리튬'의 수요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리튬은 노트북PC나 스마트폰 등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이기 때문에 '하얀 석유'라고도 불린다. 지난 2020년 리튬에 대한 전세계 수요는 35만톤, 오는 2030년까지 수요가 최대 6배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리튬이 중요해지는만큼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리튬 광석에서 리튬을 추출할 때 첨가하는 점토와 황산은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이는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목장 운영이나 멸종위기 동·식물종을 위협한다. 또 대부분의 광산은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으로부터 35마일(56km) 이내에 위치해 있어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한다. 이 때문에 한 광산업체는 조상들의 유골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지역 원주민들과 소송을 벌이는 경우도 생겨났다.
콜로라도광산대학 부설 페인공공정책연구소(Payne Institute for Public Policy at the Colorado School of Mines)의 모건 바질리안 소장은 "대체적으로 미국 의원들은 정파를 떠나 원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역사적으로 그래왔다. 원주민들은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오래도록 푸대접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파이우테-쇼쇼니 족(Paiute-Shoshone) 소속이자 미국 네바다주에서 리튬 채굴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의 모임 '붉은산 사람들'(the People of Red Mountain)의 주최자 데이 힌키는 이번 DPA 발동 건을 두고 "원주민에 대한 2차 침략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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