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가래가 빠지지 않아요"...쓰레기 시멘트에 신음하는 사람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6 12: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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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공장 '대기오염물질 7종' 비중 32%
"시멘트 등급제 실시하라" 시민들 한목소리
▲16일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전시대)는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쌍용C&E 대책위(영월) 정희문 위원장, 쌍용C&E 대책위(제천) 최성호 목사, 전시대 장민송 집행위원장,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최병성 목사, 쌍용C&E 대책위(단양) 주동식 대표, 쌍용C&E 대책위(영월) 김진석 공동대표


시멘트 산업의 주연료인 유연탄을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의 쓰레기로 대체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정부 방침이 효용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전시대)는 16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2050 탄소중립위원회(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윤순진 서울대 교수, 탄중위)가 유연탄을 폐합성수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탄소중립을 핑계 삼아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한 시멘트 공장의 숙원사업을 이뤄준 것에 불과한 계획"이라며 "정부가 국민을 병들게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탄중위는 지난 10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철강·석유화학 산업과 함께 이산화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분류되는 시멘트 산업은 2050년까지 고체화석연료(유연탄)를 폐합성수지 60%, 수소열원(바이오매스 연동) 40%로 100% 전환해 최종적으로 탄소배출량 53%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계획에 대해 시멘트 공장들이 주로 위치한 강원도 및 충청북도 거주민들은 "폐합성수지는 유연탄과 비슷한 탄소배출계수를 지녔으며 유해물질만 많아질 뿐"이라며 탄중위의 탄소중립정책을 겨냥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참석한 주민들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전시대를 결성해 △유연탄 60% 대체 정책을 철회할 것 △시멘트 공장 특혜 정책을 바로잡을 것 △'시멘트 등급제'를 실시해 국민의 시멘트 선택권과 건강권을 보장할 것 △환경오염을 조장한 환경부 책임자를 처벌할 것 등의 4가지를 요구했다.


◇ 쓰레기 시멘트 '1급 발암물질 6가크롬 검출'

환경부가 2020년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염물질 다량 배출 20위 기업 가운데 8개가 시멘트 기업이었다. 시멘트 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인데 비해 미세먼지 배출 총량은 전체 8%에 달해 심각한 환경유해물질 배출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또 굴뚝원격감시체계(TMS)가 부착된 전국 631개 사업장 가운데 대기오염물질 7종(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먼지, 불화수소,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염화수소)을 연간 6만2546톤(32%) 배출하고 있다.

이는 시멘트 제조에 무분별하게 쓰레기가 사용된 결과다.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제조할 경우 시멘트 제품 내 발암물질과 인체 유해중금속 함량이 증가한다. 지난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은 "쓰레기 사용이 시멘트의 유해 중금속 함량에 영향을 미친다"며 "중금속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결과,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제조할 경우 발암물질 6가 크롬(Chromium VI)과 중금속이 다량 검출됐다. 반면 폐기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청주의 '유니온시멘트'는 비소를 제외한 발암물질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아 쓰레기가 시멘트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이밖에도 시멘트 제품 내 염소는 납, 구리, 수은 등 중금속과 결합해 분진형태로 피부질환과 암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일본 시멘트 공장은 염소 기준 1000ppm 이내의 폐기물을 사용한다. 그런데 국내 시멘트 공장의 염소 기준은 일본의 20배에 이르는 2만ppm을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시멘트 공장에 실제로 반입되는 의성 쓰레기산의 폐플라스틱 염소를 분석한 결과 최대 51만7000ppm까지 검출되면서 헐렁한 기준치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유해물질을 잔뜩 머금은 쓰레기 시멘트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시멘트 총생산량은 5740만톤에서 2020년 4751만8000톤으로 줄었으나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사용량은 2017년 699만7000톤에서 2020년 807만9000톤으로 급증했다. 특히 환경부는 2019년 CNN이 보도한 경북 의성 쓰레기산의 대부분을 시멘트 공장이 처리하도록 독려했다.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가 토사가 50% 섞여 있어 출처와 유해성을 알 수 없는 쓰레기를 국민의 안방으로 들여 위험에 빠트린 셈이다.


◇ 주민들 진폐증 앓는데···환경부, 유해성 알고도 방조

문제는 상황의 심각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환경부가 계속해서 유해물질을 방치하고, 되레 환경오염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2000년대 초부터 방치 폐기물 해결을 위한 용역들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이같은 노력은 용역 보고서 발간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조처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재활용 기술 개선이나 제도 개선 없이 시멘트 공장들이 쓰레기를 치워준다는 이유로 온갖 특혜를 부여하며 환경오염을 방조해왔던 것이다.

일례로 만성 기관지염과 폐렴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유리제조업 180ppm, 철강 170ppm, 폐기물 소각시설은 40~50ppm인데 비해 시멘트 공장만 무려 270ppm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 폐기물 소각장의 경우 일산화탄소 기준이 50ppm인데 비해 시멘트 공장은 2000ppm이 넘는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등 쓰레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불완전 연소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환경부는 제대로 된 원인 조사도 없이 "석회석과 유연탄을 쓰는 시멘트 공장의 특성 때문"이라며 시멘트 공장에 한해 기준 자체를 폐지했다.

더욱이 환경부는 외국 시멘트 공장들의 폐기물 사용 기준과 배출가스 기준을 외면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들은 시멘트 소성로가 2000°C 넘는 고온으로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완벽한 쓰레기 소각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은 폐기물에 함유된 크롬이 1000~1500°C 고온으로 올라갈수록 급증한다.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은 2000°C에서 고온으로 올라갈수록 발생량이 급증한다. 이에 해외 대부분의 시멘트 공장은 폐기물 내 중금속 함량을 통제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의 TMS 측정은 앞서 언급한 대기오염물질 7종을 포함하지만 국내 시멘트 공장은 먼지,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3가지에 불과하다.

시멘트 공장이 누리는 특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 1일 100톤 이상의 소각시설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연간 100만톤에 이르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멘트 공장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또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폐기물 소각장 등 98개 산업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시멘트 공장만 예외다. 산업시설이 별로 없는 강원도는 시멘트 공장에 의해 대기오염 배출량 전국 2위를 차지했지만, 환경부는 강원도를 '대기관리권역특법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시대는 "공장이나 광산에 근무하지 않은 일반 주민에게서 진폐증 환자가 전국 시멘트 공장 주변 마을마다 발생하는 세계 역사에 유례 없는 사건이 밝혀진지도 벌써 몇 해가 되었지만, 환경부의 시멘트 공장에 대한 눈물겨운 배려와 특혜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며 "국민이 병들건 말건, 탄소중립만 이루면 된다는 문재인 정권의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정책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책을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최병성 목사가 말하는 시멘트의 정체..."쓰레기와 똥까지 섞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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