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환경재앙'...미사일 공습에 화학물질 오염 '쓰나미'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6-03-09 09: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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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이란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국제공항 (사진=AFP 연합뉴스)

중동 전쟁의 전선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으로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비영리 연구단체 '분쟁 및 환경 관측소(CEOBS)'가 지난 3일(현지시간) 발간한 미국의 이란 공습 작전 'Epic Fury' 초기 사흘간 피해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엄청난 양의 미사일이 투하되면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오염 가능성과 대기 오염의 위험성을 짚었다. 이 보고서는 3일간의 폭격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이번 전쟁이 장기화됐을 경우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첫 공격하던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3일간 양측의 공습은 120차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 공습 가운데 92건에 대해 환경 위험성을 평가했다. 공습 피해는 이란뿐 아니라 이란의 반격 대상이 된 이스라엘, 쿠웨이트, 요르단, 바레인, 카타르,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입었다.  

보고서는 이란 미사일 기지 파괴에 따른 화학물질 오염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했다. 이란이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형 스커드 계열 미사일에는 연료로 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 산화제로 적연질산이 사용된다.

두 물질은 모두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학물질이다. 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은 간과 신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고 발암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발작이나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적연질산 역시 강한 부식성을 지닌 물질로 피부나 눈에 닿으면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이 물질들은 사람뿐 아니라 자연생태계에도 치명적이다. 토양에 유출될 경우 미생물을 죽이고, 물에 섞이면 수생 생물 집단 폐사를 일으킬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북서부 타브리즈와 잔잔 지역 군사 기지에서는 대형 화재와 연기 기둥이 관측됐다. 미사일 연료 저장 시설이 파괴되면서 화학물질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군사시설 파괴로 인한 2차 환경오염 위험도 있다. 군사시설에서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저장된 화학물질이 주변 환경으로 퍼질 수 있다. 화재 연기에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 물질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해양오염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최소 5척의 유조선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쟁 상황에서는 해상 사고 대응이 어려워 원유 유출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정유 시설 등 석유 인프라가 공격을 받을 경우 대규모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다이옥신 같은 유해 물질이 대기로 방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오염 물질은 바람을 타고 다른 지역까지 확산될 수 있다.

분쟁 및 환경 관측소의 더그 위어 연구 책임자는 "전쟁에서 군사 시설이나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되면 환경 피해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특히 석유 시설과 화학물질 저장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장기적인 오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은 주요 석유 생산지와 해상 운송로가 밀집한 곳이다. 전문가들은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 시설과 선박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해양과 대기 오염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현지시간) 밤부터 8일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 북서부 주요 연료보급 기지인 샤흐런 석유저장소와 남부 정유단지 레이 지역의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 등의 연료 저장시설이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테헤란에 독성가스가 퍼지고 '기름비'가 내렸다.

테헤란시 당국은 "석유 탱크가 폭발해 유독한 탄화수소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화합물이 대기와 구름에 대규모로 퍼지고 있다"며 "비가 내린다면 아주 위험한 강산성 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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