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대국 사우디, 재생에너지 반대하다 '태세전환'

유석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0 18:06:25
  • -
  • +
  • 인쇄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사진=AP 연합뉴스)


석유대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남부 알 슈아이바2(Al Shuaibah 2) 태양광 단지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시설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 슈아이바2는 사우디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소로, 용량은 약 3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2GW 이상에 달한다. 사우디는 이를 넘는 규모의 시설을 세우고 국가 전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알 슈아이바 단지를 공동 소유한 사우디 에너지 기업 'ACWA 파워'는 지난 7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 등과 함께 총 83억달러를 15기가와이트(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2위의 석유 매장국이자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으로, 국제사회의 화석연료 폐지 계획에 지속적으로 반대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 사우디조차도 청정에너지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사우디 내 재생에너지 시설은 거의 없었다. 그로부터 불과 5년만인 2025년 사우디는 한해 신규 설치 태양광 발전량 기준 세계 10위 안에 처음 진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나머지 50%를 가스에서 조달하겠다고 공언했다.

재생에너지 전문 연구 회사 '라이스태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2030년까지 사우디의 태양에너지 설치 용량만 70GW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여기에 육상 풍력발전소도 설치 중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수년만에 전력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30년까지 전력을 3분의1 이상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는 5000억달러 규모의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과 홍해 관광 등 대규모 인프라에 필요한 전력 역시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사우디 입장에서도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정적인 일사량과 넓고 저렴한 토지 등 여러 특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태양에너지 비용이 급락한 영향도 한몫했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배터리 평균 가격은 2024년 한해에만 40% 하락했다. 대도시 근처에 대형 발전소를 세울 부지도 넉넉해 그리드 연결도 저렴하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연구원 카렌 영은 "현재 사우디의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타당한 선택"이라며 태양광의 높은 비용 경쟁력을 강조했다.

사우디가 재생에너지를 추진하는 또다른 이유로는 석유 수출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내 전력 소비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내수용 석유까지 해외에 판매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블룸버그NEF의 압둘라 알카탄은 "사우디의 초대형 발전단지 중심 전략이 비용을 크게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만든다"며 "석유를 국내 발전용으로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수출량을 늘릴 수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CAT)'은 사우디의 기후정책을 '극도로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CAT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사우디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총 전력의 약 2%에 그쳤다. 사우디의 2030 목표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미시를리우(Missirliu) CAT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전환 자체는 과거 대비 뚜렷한 변화"라면서도 "그 수준과 정책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사우디의 2030년 목표는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 벨렝에서 COP30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체제로 급격히 변환한 사우디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시를리우는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기후 협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아듀! 2025] 폭우와 가뭄 '동시에'...데이터로 본 '올해 한반도 기후'

을사년인 2025년은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적인 고온과 한파, 국지적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며 기후변동성이 한층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 한해였다.지구 평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