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스토킹 살인자...묘연한 행방에 세종 주민들 불안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2 17:42:11
  • -
  • +
  • 인쇄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앞 (사진=연합뉴스)

대구에서 여성을 스토킹·살해하고 달아난 40대 용의자가 세종시의 한 야산으로 도주해 사흘째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이 피해 여성을 신변보호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데다, 위험 조짐이 있었는데도 용의자를 구속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어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대구 성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난 10일 오전 3시 30분쯤 대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차로 도주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여만에 사망했다.

용의자는 120여㎞ 떨어진 세종시 부강면 한 야산으로 숨어든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사흘째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색에는 대구·세종경찰에 충북경찰까지 지방 3개 경찰청 소속 인력 수백명이 동원되고 있다. 경찰은 탐지견을 동원해 수풀이 우거진 야산과 주변 빈집 및 폐가 등을 샅샅이 훑고 있다. 또 주민 등을 상대로 탐문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도심과 떨어져 있는 부강면 일대에는 인적이 드문 까닭에 경찰은 목격자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용의자의 휴대폰도 꺼져있어 추적이 더 까다로운 상황이다.

살해 징조는 이전부터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용의자는 한 달여 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 흉기로 협박했다. 그 후 그는 도주하다 휴대폰을 잠깐 켜면서 위치가 특정돼 경찰에 검거됐다.

문제는 이후 조처였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용의자는 버젓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 집 앞에 안면인식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안전조치를 하기도 했지만, 용의자가 가스배관을 타고 피해자 집에 침입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오히려 한번 검거된 경험을 바탕으로 용의자가 휴대폰을 아예 꺼두는 등 더 주도면밀하게 도주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경찰은 부강면이 용의자의 고향이고 숨어든 야산도 선산인 점을 고려할 때 이곳 지리에 익숙한 그가 이미 수사망을 피해 인근 다른 지역으로 도주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해당 야산 북쪽으로 넘어가면 충북 청주시로 이어진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부강면 야산에서 이미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어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용의자를 공개수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스토킹 범죄 가해자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여성의전화는 지난 11일 논평에서 "피해자는 한 달 전 가해자에게 협박을 받고,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며 "법원에서 구속 영장을 발부만 했어도, 분명히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이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범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주거 불분명, 증거 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 3개 조항 가운데 하나 이상 해당해야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한편 세종시는 용의자가 지역 내 야산으로 숨어든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에게 "당분간 인적이 드문 장소 방문과 도심 주변 입산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주의를 요청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

[친환경 기업] 샴푸바의 시작 '러쉬'..."환경파괴해 수확한 원료 안쓰죠"

"러쉬의 모든 활동은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이다."러쉬코리아의 박원정 윤리이사(에틱스 디렉터)의 말이다. 에틱스 디렉터는 세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기후/환경

+

감사원 "온실가스 감축 안하면 2080년 폭염사망 30배...정부, 대응해야"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후보건 영향평가'가 미래 예측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예산 부족 등을

"2035 NDC, 청년·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 목소리 반영해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 청년·여성 등 기후위기 당사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문가 중

올 상반기 배출가스 차량 8만대 환경부 '리콜' 대상

환경부가 2025년 상반기 결함시정(리콜) 승인 현황을 집계한 결과, 5개 자동차 제작·수입사에서 51차종 8만 2537대의 차량에 대해 의무적 결함시정을

李대통령 이어 환경장관 후보자도..."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 마련"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김성환 장관 후보자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석탄재 투기로 식수·바다 몽땅 오염...한전 석탄발전소에 필리핀 지역민 '분통'

한국전력공사가 필리핀에서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호흡기 질환과 어획량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기후

기후변화로 커지는 작물...당 함량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해져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높으면 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당함량은 높아지지만 영양성분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농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