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위험 적지만 파손되면 폭발력 높아져
화성시 배터리 제조공장 참사로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차전지와 리튬에 대한 안전기준 부재가 피해를 키웠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화재 발생 직후 배터리 부분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뒤 연기가 급격히 퍼지며 15초만에 작업실 공간 전체를 뒤덮은 것으로 나타났다.
3동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 검수 및 포장 작업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원통형의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여개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화재 당시 리튬 배터리의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화재는 배터리 1개에 불이 붙으면서 급속도로 확산했으며, 대량의 화염과 연기가 발생하고 폭발도 연달아 발생한 탓에 안에 있던 다수의 작업자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화재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초당 수차례의 폭발음이 들리고, 섬광탄이 터지는 것처럼 하얀 불빛이 일어났다.
이날 아리셀 공장 근무자는 총 102명으로, 문제의 3동에서는 67명(1층 15명, 2층 52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2층 근로자 다수가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사망자 22명, 중경상자 8명, 실종자 1명이다.
이처럼 공장 내부에 있던 배터리셀에서 폭발적인 연소가 일어난 이후 연쇄폭발 사고가 나며 불이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안전관리 소홀 등에 따른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아리셀이 제조하는 리튬 배터리는 한번 사용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일차전지'로, 이차전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진다. 또 불산가스와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도 없다. 리튬 역시 불에 넣거나 고의로 분해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된다. 화학사고 위기대응 매뉴얼은 '유해화학물질' 위주여서 사실상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하지만 리튬은 반응성이 매우 높아 고온이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폭발과 함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발화 위험은 적더라도 한번 불이 붙으면 내부 분리막이 파손되면서 가스 생성 및 인접 셀이 연쇄 반응을 하면서 '열 폭주'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일차전지는 화재시 이차전지에 비해 폭발력이 더 강하다. 일차전지는 완충된 상태로 제조되기 때문에 에너지가 가득 차 있어 화재 시 위험성이나 폭발의 가능성이 이차전지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또 리튬과 같은 알칼리 금속 등 가연성 금속이 원인인 '금속 화재'는 백색 섬광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으로, 진압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1000℃ 이상의 고온을 보여 매우 물로 진화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보통의 화재처럼 소방차에서 물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로 불을 꺼야 하는 특수유형의 화재로, 진압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리튬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리튬은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수 있고, 물과 반응해 수소와 같은 가연성 가스를 만들 수 있다"며 "가연성 가스가 만들어지면 작은 마찰에도 폭발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화재 가능성에 관심도 많고 보호장치도 많이 적용되지만, 일차전지는 그간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 않아 안전기준 등이 마련된 것이 없다"며 "관련 안전기준과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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