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이슈] 불길 피하려 7개월 딸 안고 뛰어내린 아빠...성탄절의 악몽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12-26 11:31:55
  • -
  • +
  • 인쇄
▲성탄절인 지난 25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성탄절은 악몽이 됐다.

지난 25일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23층 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모두가 잠든 휴일날 새벽 4시57분에 발생한 화재여서 희생자들이 더 많았다. 특히 30대 남성 2명이 가족을 지키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3층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위쪽으로 번졌다. 화재가 발생한 3층 바로 위인 4층에는 박모(33)씨와 정모(34·여)씨 부부가 2살과 7개월 난 딸들이 잠들어 있었다.

매캐한 연기에 잠이 깬 박씨는 곧바로 아내와 2살배기 딸을 먼저 대피시켰다. 아내 정씨는 2살배기 딸을 아파트 1층 재활용 포대에 먼저 던지고 뒤따라 뛰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어깨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박씨도 뒤따라 7개월된 딸을 감싸안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7개월된 딸은 무사했지만 아버지는 무사하지 못했다. 박씨는 떨어지면서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두 딸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크리스마스 악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아파트 10층에 거주하던 임모(38)씨는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잠을 자다가 화재가 난 것을 알고 가족들을 깨웠다. 임씨는 119로 화재신고를 한 뒤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켰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집에서 나와 옥상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불길이 내뿜은 유독가스는 이미 비상계단을 모두 점령했고, 임씨는 1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을 거뒀다. 임씨의 부모님과 남동생은 연기를 흡입했지만 위중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3층 거주자인 70대 남녀 2명은 밖으로 뛰어내려 생명을 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화재는 30대 남성 2명을 희생시키고 2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게 만들었다.

소방당국은 새벽 5시 2분께 현장에 도착한 이후 차량 57대와 인력 222명을 동원해 화재를 4시간여만에 진화했다. 자다가 깬 주민 200여명은 새벽에 황급히 대피했다. 불길이 위로 치솟으며 아파트 2·3·4층 유리창은 모조리 깨졌다. 아파트 내부계단 통로가 굴뚝 역할을 하면서 내부 그을음은 15층, 외벽 그을음은 17층까지 이어졌다.

주민들은 한겨울에 이재민 신세가 됐다. 아파트 측은 경로당에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으며 도봉구청은 현장에 통합지원본부를 꾸리고 주변 숙소에 임시거주시설을 마련했다. 3개 모텔의 9개 객실, 18명이 머물 수 있는 규모다. 현재 피해 접수규모는 17가구다.

소방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에 스프링클러와 방화문이 없던 것도 화재를 악화시킨 것으로 지적됐다. 건물 내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인 2001년 완공된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무조건 뛰어내리기보다는, 물을 묻힌 옷 등으로 문틈 및 창문 등을 막아 연기를 막고 화장실 욕조 등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휴대용 방독면을 비치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소방 관계자도 화재가 발생하면 화장실에 물을 틀어놓은 뒤 그쪽으로 대피하고, 소방과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26일 합동 현장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KCC·HD현대, 수용성 선박도료 기술 공동개발

KCC가 HD현대 조선4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와 손잡고 수용성 선박용 도료 기술을 공동개발했다고 6일 밝

기후/환경

+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동남아 '끈적' 중앙아시아 '건조'…亞 지역별 폭염 양상 다르다

최근 10년간 아시아 대륙에서 발생하는 폭염이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과 윤진호 교

"혼합금융·전환금융...점점 다변화되는 녹색금융 시장"

국제 전문가들이 "녹색국가를 이루려면 녹색금융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투자의 목적, 방향, 결과 및 영향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이것이 실무로

"범위로 할꺼면 목표는 왜 설정?"...정부 성토장된 '2035 NDC' 공청회

11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하기 위한 6일 열린 마지막 공청회에서 감축률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NDC를

EU,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 합의…2년마다 목표 재평가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 90% 감축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EU 27개국 환경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20시간 넘게 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