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한 기부천사가 한파로 추운 날씨에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50분쯤 서울 광진구 중곡3동 주민센터 현관 앞에 저금통과 손편지가 발견됐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날 새벽에 주민센터 앞에 놓고 간 것으로 보였다.
센터 관계자는 "청소하시던 분이 현관에서 종량제 비닐봉지를 발견했고, 내용물이 쓰레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센터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며 "그 안에 편지와 저금통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겉봉에 '사랑합니다'라고 인쇄된 봉투에는 2장 분량의 손편지와 함께 현금 10만원이, 헬멧 모양 저금통에는 총 25만6170원이 들어 있었다. 총 35만원 이상의 적지 않은 금액이다.
손편지에는 "열심히는 아니었겠지만 하루하루 살다 보니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열심히 지내시는 분들께 쓰이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인사가 적혀있었다. 글쓴이는 자신이 '중곡동에서 살았던 주민'이라며 "이 동네에서 길지는 않지만 따뜻하게 잘 지냈다"고 소개했다.
편지에서 그는 반지하방에서 지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비가 많았던 어느 날은 방으로 스민 빗물 속에 안타까움도 있었고, 추웠던 어떤 날에는 보일러가 망가져서 야속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따뜻하게 살 수 있어 그 모든 일들이 어떤 하루 같은 추억을 남기는 것 같아 꼭 싫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 동네에서 길지는 않았지만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음에, 그리고 비록 초라했을지라도 밝은 꿈을 꾸며 지낼 수 있던 중곡동에 고마움을 나눈다"며 끝을 맺었다.
구 관계자는 "기부자가 한 푼 두 푼 아끼며 모았을 후원금과 정성들여 쓴 편지를 전해 감동을 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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