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10대가 신원 미상의 인물로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담벼락에 낙서한 혐의를 받는 임모(17)군은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씨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임군은 "일하실 분에게 300만원을 드린다"는 A씨의 글을 보고 연락했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1시 임군이 사는 경기 수원에서 출발해 오전 2시부터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라며 구체적인 이동 동선과 낙서구역 등을 지시했다. 이에 임군은 여자친구 김모(16)양과 함께 지시대로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했다.
A씨는 이어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를 지시했다. 하지만 임군은 경비가 삼엄하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군은 이후 A씨가 새롭게 지목한 서울경찰청 외벽에 낙서했다. 범행 과정은 실시간으로 A씨에게 보고됐다.
A씨는 착수금과 택시비 명목으로 5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10만원을 임군에게 송금했다. 그러나 일이 끝나자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고 말하고는 잠적했다.
또 경찰이 수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임군에게 "두 사람 망한 것같다. 도망 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범행 후 귀가한 임군과 김양은 사흘만인 지난 19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임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양에 대해선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날 오전 0시께 석방했다. 김양은 임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했지만 직접 낙서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은 낙서를 지시한 A씨의 신원도 추적하고 있다. 임군의 은행계좌 거래내역 및 텔레그램 계정을 확인하고 있으며, 낙서에 적힌 불법영상 사이트는 물론 전혀 무관한 인물이 임군에게 지시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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