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6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한국과 일본에 화석연료 지원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양국이 세계 최대 화석연료 금융지원국이기 때문이다.
20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17일 6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서명한 공동서한이 양국 정상과 정책 관계자들에게 우편 발송됐다고 밝혔다. 서한 내용은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막을 10일 앞둔 시점에 공개됐다.
한국과 일본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화석연료 부문에 가장 많은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에 의하면 일본과 한국이 2019~2021년 평균 기준 해외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 공적금융 투자액 1, 2위를 차지한다.
일본의 연평균 지출액은 102억9000만달러(약 12조130억원), 한국은 71억4000만달러(약 8조3820억원)이다. 그 뒤는 중국 약 7조7920억원, 캐나다 약 6조860억원, 미국 약 4조2440억원 순이다.
해외에 제공하는 공적금융뿐 아니라 전체 화석연료 금융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두 나라는 연평균 170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을 화석연료 지원에 지출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글래스고 선언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시민단체는 비판했다. 일본은 지난해 G7 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국제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글래스고 선언과 유사한 약속에 동의했지만, 지금까지 약속을 거의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개발은 지구 기온상승을 1.5℃ 이상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재원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의 석유 및 가스 금융부문 김소민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화석연료의 좌초 자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은 새로 석유 및 가스를 파내는 프로젝트에 계속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며 "두 나라는 더 늦기 전에 글래스고 선언에 동참해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재생 에너지 기반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리겠다는 결연한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세계 각지의 환경단체도 이번 서한에 동참했다. 미국 환경단체 '텍사스 환경캠페인'의 제프리 저코비(Jeffrey Jacoby) 부대표는 "가스 인프라 지원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지역사회 파괴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에너지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거짓 주장은 여러 세대의 원주민, 흑인 등 커뮤니티 터전에 대기 및 수질 오염, 에너지 비용 상승, 더 강력해진 폭풍 재해 등을 안기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이 우리 모두가 당면한 기후 문제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신경 쓴다면 이것은 잘못된 투자"라고 일침했다.
청소년 기후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스웨덴'의 소피아 악셀손(Sophia Axelsson) 활동가도 "미래를 위한 금요일 스웨덴은 한국과 일본의 기후 운동과 국제적으로 연대해 두 나라가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도록 하는 압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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