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30년전보다 단풍시기 3일 늦어져
더위가 꺾이고,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고 있지만, 기후위기로 단풍 시기가 늦어지면서 국내에서 '9월 단풍'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림청은 지난 25일 발표한 '2023년도 가을단풍(절정) 예측지도'에 따르면 당단풍나무, 신갈나무, 은행나무 등 주요 수종의 단풍이 50% 이상 물든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하순~ 11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종별 단풍 절정 시기의 평균일은 당단풍나무(10월 26일), 신갈나무(10월 26일), 은행나무(10월 28일)로 조사됐다. 강원도 설악산(10월 23일)을 시작으로 내장산(10월 29일경), 지리산(10월 31일경), 한라산(11월 1일경) 순으로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당단풍나무의 단풍 시기는 전년보다 2일 정도 늦어질 전망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2009년부터 식물계절 현상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단풍나무가 단풍이 드는 시기는 매년 약 0.33일씩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7~9월 평균기온 상승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단풍은 하루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9월 상순 이후 기온의 높고 낮음에 따른 영향이 크다. 실제로 지난 7월 국내 평균기온은 25.5℃, 8월은 26.4℃를 기록해 예년보다 각각 0.9℃, 1.3℃ 높았다. 올 9월 평균기온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최근 5년간 집계된 9월과 10월 전국 평균기온은 1990년대에 비해 각각 0.6℃,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3일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첫 단풍 시기가 1990년대에 비해 3일 늦춰진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빨리 시작되는 설악산에서 오는 29일 단풍이 들 것으로 예상돼 기온이 오르면 우리나라에서 9월 단풍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후위기로 단풍 시기가 뒤로 밀려나면 기후위기가 증폭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단풍이 드는 이유는 나무가 엽록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중단하면서 초록빛에 가려져 있던 본래의 색소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겨울나기에 들어가 이듬해 더 건강한 나무로 거듭나기 위해 동면 채비를 하는 것인데, 단풍 시기가 늦춰지면 결국 나무들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21년 기상청이 100년 이상 관측 자료를 가진 6개 지역(인천·부산·목포·서울·대구·강릉)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1912~2020년 한반도의 여름은 20일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기후위기 여파로 나무들의 건강상태도 악화하면서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량은 2008년 최고치인 6150만톤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단풍 시기가 미뤄지는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리치몬드대학교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70년 사이 미국 최고의 단풍 명소로 꼽히는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최저기온은 1.2℃, 최고기온은 1.1℃가량 증가해 단풍 시기는 약 8일가량 늦춰졌다. 미국 산림청은 단풍이 지는 미 북동부 수종의 70%가 아예 적합한 환경을 찾아 캐나다 쪽으로 서식지를 옮겨가는 것을 관측했다.
한편 남성현 산림청장은 이번 '2023년도 가을 단풍(절정) 예측지도'에 이어 "식물계절현상을 지속적으로 관측·분석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연구 정책에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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