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돈쭐내기' 온라인에 확산되는 소비운동...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8 17:50:26
  • -
  • +
  • 인쇄
▲최근 SNS 등에서 매일유업을 응원하거나 제품을 추천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사진=X(옛 트위터) 캡처)

우유 소비가 줄고 원유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유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소셜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난데없이 매일유업 '돈쭐내주자'는 움직임이 일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 5일 유업계의 불황에 매일유업의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매일유업을 응원하며 관련 제품 소비를 독려하는 게시글이 잇따른 것이다.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매일유업 제품 홍보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소비자들은 "매일유업 지지마" "매일 제품만 먹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어릴 때부터 우유 싫어했는데 매일우유는 먹는다" "이제 무조건 매일우유만 사먹는다" 등의 응원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폴바셋, 커피명가 등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카페를 추천하는 게시글도 수두룩했다.

현재 우유 소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낙농진흥회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일반 우유 소비량은 2017년 26.6kg에서 지난해 26.2kg로 감소했다. 가공우유 소비량도 2017년 6.2kg에서 지난해 5.4kg로 줄었다.

여기에 사료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원유의 원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달 낙농진흥회는 오는 10월부터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1리터(L)당 88원(8.8%) 올린 1084원, 치즈 등 가공유제품의 재료인 가공유용 원유는 1리터당 87원 올린 887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업계에 우윳값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업계 우윳값 인상을 통제하다보니,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고스란이 떠안게 되는 셈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흰 우유 제품 '나100%우유'(1L)의 출고가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가, 정부의 권고로 원가가 8.8%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 인상하는데 그쳤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매일유업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약 30% 줄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0.7% 상승했으나 직전연도의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수익성이 호전됐다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동기와 비교하면 20.5% 줄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뿐만 아니라 다른 유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독 매일유업에 대한 응원만 촉발된 이유는 기업의 선한 이미지 덕분이다. 매일유업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사회공헌활동과 직원들에 대한 복지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착한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됐고, 그 결과 소비자 응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이 전혀 없는 선천성 대상이상 환아와 미숙아를 위한 특수분유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또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캠페인을 통해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들에게 매일 우유를 배달하며 전날 배달한 우유의 유무로 상황을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무료 임신육아교실을 열어 40년 넘게 운영하고 있고, 다문화가정과 발달장애인 등 사회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후원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20년 한 소비자가 플라스틱 감축을 촉구하며 매일유업 제품의 빨대를 모아 돌려보내자 김전기 고객최고책임자 겸 품질안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직접 손편지로 답하고 자사의 액상발효유 제품 '엔요'의 빨대를 제거한 일화도 있다. 지난 6월에는 카카오메이커스와 손잡고 멸균팩 수거·재활용도 시작했다.

또 매일유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LF(락토프리) 공법으로 우유의 유당만 제거하고 맛과 영양은 살려 유당불내증을 앓는 사람들의 '단비'가 되고 있다.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락토프리 제품으로,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과 강아지까지 먹을 수 있는 우유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게다가 '소화가 잘되는 우유' 연매출의 1%는 우유안부 캠페인에 기부된다.

소비자들은 명실공히 ESG경영을 실천해왔던 매일유업에 대해 '돈쭐'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어떤 효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소비자가 기업을 응원하기 위해 제품을 팔아준 경우는 국내에서 거의 유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MZ세대 등 젊은세대들은 '가치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에 착한기업에 대한 선택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면서 "기업의 ESG경영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기후/환경

+

상반기 전세계 보험손실액 117조원 '역대 최대'...절반이 美산불 손실액

올 상반기 자연재해로 전세계 보험손실액이 840억달러(약 117조60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상반기 보험손실액 가운데 최고치다. 미

"기상이변에 야외공연은 위험해"...美록밴드 스티브 밀러 투어 취소

미국 록밴드 스티브 밀러밴드가 올여름 예정됐던 북미 투어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극심한 폭염과 산불, 예측 불가능한 폭우 등 기상이변이 이유다.밴

극한폭우가 산사태 피해 키웠다..."비는 그쳤지만 산사태 위험 여전"

5일간 이어지던 '극한폭우'는 멈췄지만 빗물을 머금은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산사태 위험은 여전하다. 이에 산림청은 여전히 전국 12곳에 산사태 경보를

잠든 새벽에 내린 200㎜ 폭우...가평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잠든 20일 새벽에 2시간동안 내린 집중호우가 경기도 가평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이날 가평군에는 시간당 76㎜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가평

순식간에 물바다 만든 '괴물폭우'...5일간 전국 휩쓸며 '초토화'

닷새동안 이어진 전례없는 '극한호우'에 전국이 쑥대밭이 되면서 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발생했다.지난 16일부터 20일 오후 5시까지 지역별로 내린 누적

[날씨] 폭우 그치자 '폭염' 시작...곳곳에 소나기도 빈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퍼붓던 폭우가 물러가면서 폭염이 또다시 덮칠 예정이다.월요일인 21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3℃ 이상으로 치솟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