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DGB대구은행장 "ESG는 100년 지속경영 위한 투자"

윤미경 발행인 / 기사승인 : 2023-04-25 08:00:03
  • -
  • +
  • 인쇄
[윤미경이 만난 사람] 창립 56년 맞은 최초 지방은행
"ESG는 생존...디지털·비대면으로 1.5금융 자리매김"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지역에 기반을 두면서 전국으로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ewstree 조인준 기자

대구경북지역 금융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DGB대구은행이 창립 56년을 맞아 변신을 꾀하고 있다. '찾아가는 금융'으로 지역밀착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성 확보'를 위해 지역에서 벗어나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또 시중은행 못지않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ESG경영'에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이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올 1월 2일 취임한 황병우(58) DGB대구은행장이다. 25년 가까이 대구은행에 몸담으면서 경제연구소, 경영컨설팅센터장,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누구보다 기업전략과 기업문화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왔던 것이 그를 은행장 자리로 이끌었다.

현재 많은 지방은행들은 지역경제 침체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그래서 황병우 은행장도 고민이 많다. 최초의 지방은행이라는 대구은행 명성을 '100년 은행'으로 이어가려면 지속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으로서 공공성을 지키면서 수익도 창출해야 하다보니, 역할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사람 나이도 50살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인데, 지천명을 훌쩍 넘긴 대구은행도 이제 그 역할이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황병우 은행장을 만나 앞으로의 전략과 경영계획을 직접 들어봤다.


◇ "변해야 산다···혁신 위한 4가지 방침"

은행의 비즈니스는 모두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은행이 가지는 공공성도 지키면서 수익성도 확보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수익모델의 변화를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가계와 기업, 상품과 금리, 만기구조 등 복잡한 전략이 필요하다. 

취임사를 통해 △따뜻한 금융 △찾아가는 금융 △ 미래형 금융 △기업문화 혁신 등 4가지 경영방침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대구은행의 근간은 지역경제와 지역고객에 있다. 지역고객들과 더 밀착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의미에서 '따뜻한 금융'을 내세웠고, 영업방식을 바꾸겠다는 의미에서 '찾아가는 금융'을 방침으로 정했다. 또 디지털 혁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에 '미래형 금융'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업문화 혁신'이 중요하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주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지주에서 기업문화를 담당할 때 직위를 나타내는 호칭을 없애고 일원화했다. '소통'을 위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동시에 노력한 것에 대한 공정한 평가·보상이 주어지도록 할 것이다. 저도 권위적인 행장이 아니라 동료같은 행장이 되고 싶다.

▲비대면과 디지털은 지방은행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황병우 은행장 ©newstree 조인준 기자


◇ "디지털 시대···지방은행은 기회다"

수도권하고 지방간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고물가까지 겹치다보니 지역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환경은 더 빨리 변하고 있다. 요즘 현금을 인출하려고 은행지점에 가는 사람들이 드물다. 모든 금융거래를 인터넷뱅킹으로 해결한다. 은행지점의 역할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위기일 수 있지만 지방은행 입장에서 보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 지점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방은행의 지역적 한계가 있었지만 인터넷뱅킹이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는 이런 지역적 한계가 사라진다. 우리 은행이 스마트뱅킹서비스 'iM뱅크'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iM뱅크'를 이용하면 서울에 있건 대구에 있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지 않나. 지역 경계선을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iM뱅크 본부를 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업무추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220여개에 이르는 은행지점을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점포를 줄일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은행 지점들은 지역주민들의 거점 역할을 한다. 때문에 갑자기 점포수를 줄일 수는 없다. 게다가 고령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뱅킹을 사용할 줄 모르는 고령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은행지점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 지역은행으로서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은행지점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수는 계속 감소세이므로 이런 추세에 맞게 변신할 필요는 있다. '1인 점포'나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금융' 그리고 '밤 점포' '주말 점포' 등 차별화된 형태로 지점의 영업방식을 바꿀 계획이다. 한마디로 은행지점이 맞춤식·경량화되는 것이다. 


◇ "비대면 서민금융상품으로 틈새공략"

찾아가는 서비스는 비단 은행지점의 영업방식 변화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대출을 받으려면 반드시 은행지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이제는 디지털·비대면 시대가 아닌가. 그에 맞게 금융상품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은행에서는 비대면 방식의 대출상품인 '햇살론 뱅크'를 내놨다. 최대 2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이 서민금융상품은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다보니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전국을 커버하는 상품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서민들이나 중소기업들이 꼭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대출받을 수 상품을 계속해서 개발할 것이다. 지방은행이 전국으로 영업망을 확대시킬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 오프라인 지점도 보유하고 있으면서 온라인 상품성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면 충분히 승산히 있다고 본다.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의 '1.5금융'을 노리는 틈새전략인 셈이다.

이처럼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금융이 되려면 시중은행들이 커버할 수 없는 영역에서 지방은행들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금융의 공공성 부분과도 맥을 같이하는 얘기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금융서비스 확대가 결국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들과 차별화하는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ESG경영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황병우 은행장 ©newstree 조인준 기자


◇ "환경파괴는 곧 손실···ESG는 투자개념"

ESG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환경이 파괴되면 결국 그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 아닌가. 결국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래서 우리 은행에서는 지방은행 가운데 선도적으로 ESG위원회를 지난해 설치했다. 지난해는 ESG위원회와 전담팀을 꾸려 경영체계를 구축하는 'ESG 1.0' 시기였다면 올해는 비즈니스모델과 ESG금융상품을 개발하는 'ESG 2.0' 시기다. 

대구은행은 이미 석탄개발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앞으로 대출여부를 심사할 때 탄소배출량과 연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중이다. 하지만 탄소감축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안된 기업들에게 무턱대로 대출을 옥죌 수는 없다. 지역에서는 아직 ESG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먼저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구은행은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은 이미 경영컨설팅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업무를 해왔던 오랜 경험도 있다. 앞으로 각 국에서 시행중인 탄소중립정책과 ESG공시제도 등 미처 이에 대해 준비하지 못하고 곤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없도록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인프라를 동원해 지원해나가겠다.

자동차 등 수출 최전선에 있는 대기업들이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협력사들에게 탄소배출 저감을 요구하고 있고, 금융기관에서도 기업들의 대출을 매개로 탄소저감을 압박하다보면 종국에는 탄소중립의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고, 제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탄소중립 실현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험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마치 과도기에 놓은 지방은행과도 같다. 대구은행은 이런 변화의 시대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오프라인에서 가장 편리한 은행으로 인정받았던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가장 편리한 은행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전국의 서민과 중소기업들에게 가장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1.5금융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기후/환경

+

100년 넘은 시설인데 관리예산 '삭둑'...美 오하이오주 댐 '붕괴 위험'

트럼프 정부가 댐 관리인력과 예산을 줄이면서 100년이 넘은 미국 오하이오주 댐들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 앞으로 30년동안 1만8000개 주택이 홍수 피해

가자지구 폭격 잔해 처리에서만 온실가스 9만톤 배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남겨진 가자지구의 잔해를 처리하는데 9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옥스포드와 에든버러

이란, 50℃ 넘는 폭염에 가뭄까지…물 아끼려고 임시공휴일 지정

이란 당국이 50℃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과 물 부족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물소비 제한령을 내렸다. 일부 지역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임시공휴일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최초 10MW 해상풍력 국제인증 획득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개발한 10메가와트(MW) 해상풍력발전기가 국제인증기관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형식인증을 취득했다고 23일 밝혔다. 국

햇빛 이용해 탄소배출 없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태양광 시스템을 활용해 폐수 속 오염물질을 고부가가치 에너지원인 암모니아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

기후변화로 美 북동부 폭풍 '노이스터' 위력 17% 증가

지구온난화로 미국 북동부 지역의 폭풍 위력이 증가하고 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1940년 이후 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