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홈런수가 증가한다?..."공기밀도 때문"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0 12:38:31
  • -
  • +
  • 인쇄
美 메이저리그 경기분석 결과
기온 오르면 공이 더멀리 날아가

기후변화로 인해 야구경기에서 홈런이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진은 2010년 이후 진행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경기 10만건과 개별 홈런 타구 22만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현재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홈런의 비율이 1%이며 금세기말까지 기후변화로 홈런율이 10%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메이저리그가 열린 미국 경기장 30곳에서 시즌별 홈런 사례를 분석해 지표면 온도와 홈런 개수간 상관관계를 밝혔다. 그 결과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홈런이 1.9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온이 높은 오후 경기 홈런율이 2.4% 늘었고 저녁 경기의 홈런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데이터에 따르면 1962년부터 1993년까지 한 경기에 1개 이상의 홈런이 나온 시즌은 단 한 번뿐이었다. 그러나 2019년도 이후부터 상위 4개의 홈런 시즌이 2019년 1.39, 2020년 1.28, 2017년 1.26, 2021년 1.22로 기록됐다. 매년 전체 홈런 수는 2014년 4186개에서 2019년 6776개로 늘었다.

연구진은 2010년~2019년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받은 홈런 수가 연간 평균 58회, 총 500회였으며 이는 전체 홈런의 약 1%에 해당한다고 계산했다. 연구는 지구기온이 1도 더 상승할 때 한 시즌당 95회까지 증가할 것이며 현재의 기후위기가 지속될 경우 매년 메이저리그 홈런 수가 2050년까지 192개, 2100년까지 467개 더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온도와 홈런 수 사이의 상관관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곳은 시카고컵스 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로, 이곳은 온도가 1.5도 상승했을 때 시즌당 평균 홈런 수가 3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가 2도 상승했을 때는 평균 7개, 3도 상승했을 경우에는 홈런이 평균 11개 증가했다. 온도가 4도 이상 올랐을 때는 홈런 수가 시즌당 15개를 넘겼다고 연구는 밝혔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리글리 필드는 야간경기보다 주간경기를 많이 개최해 기온 변화의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기온의 영향이 가장 적었던 경기장은 탬파베이레이스의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였다. 트로피카나 필드는 이 경기장이 위치한 미국 플로리다주의 덥고 습한 기후 특성 때문에 메이저리그 경기장 중 유일하게 완전폐쇄형 경기장으로 지어졌다. 천장이 완전히 덮인 돔 구조로 지어져 기온이 경기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것이다.

그밖에 연구에 따르면 보스턴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와 뉴욕양키스의 홈구장 '양키 스타디움'은 온도가 3.5도 상승했을 때 각각 13개, 14개 홈런이 기온의 영향으로 증가했다.


▲그래프 A는 메이저리그 경기당 홈런 수, B는 경기장 온도, C는 경기장 공기밀도 변화를 나타낸다. (사진=기상학회보)


연구진에 따르면 홈런이 증가하는 원인은 기온이 따뜻해질 때 낮아지는 공기 밀도다.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 야구공이든 비행기든 비행물체에 대한 항력이 줄어들어, 시원한 날보다 따뜻한 날에 홈런을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장의 지붕, 배트와 공의 소재, 약물 사용 등 여러 요소의 영향도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홈런의 이점과는 별개로, 열사병 등 더위가 선수와 스태프, 관객 등에게 미칠 위험이 증가하면서 야구경기장에는 지붕이 느는 추세다. 미국 텍사스레인저스는 이전 홈구장이 위치한 댈러스 지역의 여름 더위 때문에 2020년 개폐식 지붕이 있는 새 경기장으로 옮겼다. 현재 미국 리그의 30개 경기장 중 8개 경기장에는 개폐식 또는 고정식 지붕이 있다.

연구의 주요저자인 크리스토퍼 캘러핸(Christopher Callahan)은 "야구장의 지붕이 더 많아지는 일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안전상 문제로 기온이 높은 시간대에서 야구경기를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위뿐만 아니라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뉴욕의 경기장과 같이 물가에 위치한 경기장들은 해수면 상승, 허리케인 등의 위험에 취약하다.

캘러핸 저자는 이번 연구가 전형적인 폭염, 허리케인 등을 넘어 지구온난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유해하고도 미묘한 영향을 강조한다고 시사했다. 그는 "기후관련 얘기를 항상 듣다보면 둔감해지기 쉬운데, 이번 연구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비교적 가볍지만 보다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기상학회보'(BAM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기업 취업시장 '활짝'…하반기 2만5000명 채용한다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사면서 침체됐던 취업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19일 재계에 따

[알림]'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씨이텍 등 6개 기업 시상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6개사에 대한 시상식이 19

김종대 교수 "기후대응 핵심은 스타트업...생물다양성·순환경제 아울러야"

"기후위기 대응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이며, 향후 기후대응은 자원순환 및 생물다양성과 통합돼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AI로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한다...심포지엄 개최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국가독성과학연구소와 19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호텔에서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공동

합쳐야 살아남는다?...대기업 녹색사업 '합종연횡' 봇물

탄소중립 압박과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막대한 투자비용 탓에 개별 기업에서 해결하는 것이 한계가 뚜렷해지자, 대기업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19

현대차, 올해 청년 7200명 신규 채용...내년엔 1만명 확대 검토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현대차그룹의 청년

기후/환경

+

유럽, 올해 산불로 탄소 1290만톤 배출...역대급 폭염이 불길 키워

올해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기후변화와 산불이 서로 부추기는 '되먹임' 현상이 심화

[알림]'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씨이텍 등 6개 기업 시상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수상기업으로 선정된 6개사에 대한 시상식이 19

김종대 교수 "기후대응 핵심은 스타트업...생물다양성·순환경제 아울러야"

"기후위기 대응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이며, 향후 기후대응은 자원순환 및 생물다양성과 통합돼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주말날씨] 전국 또 '비소식'…강릉 저수율 27.7%까지 회복

이번 주말 전국 날씨는 대체로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특히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도 비가 내릴 예정이다.19일 오후부터 전국에 내리기 시작

가뭄이거나 폭우거나...온난화로 지구기후 갈수록 '극과극'

전 지구적으로 기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글로벌 수자원 현황 2024' 보고서를 통해 수개월째 비가

"재생에너지 188조 필요한데…정책금융 투자액은 여전히 안갯속"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188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보다 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