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연기' 내뿜는 일관제철소…"작년 506명 조기사망"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1-28 11:28:31
  • -
  • +
  • 인쇄
광양·포항·당진 3개 지역 대기오염 피해 보고서
"친환경 공정 전환땐 누적 조기사망자 1만명 감소"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연합뉴스)


광양, 포항, 당진 3개 지역 일관제철소가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활용 공정으로 전환할 경우, 배출 오염물질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1만명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8일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기후솔루션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제철소와 숨겨진 진실: 국내 일관제철소의 대기오염 영향과 건강 피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각 제철소가 위치한 전남 광양(포스코), 충남 당진(현대제철), 경북 포항(포스코) 3곳에서 각각 광양환경운동연합과 전남녹색연합, 당진환경운동연합, 포항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철강 산업은 세계 대기 오염의 주요 요인이자,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주요 철강 생산국이다. 한국 조강 생산의 약 70%는 석탄 기반의 '고로-전로(BF-BOF) 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BF-BOF 공정'은 철의 원료인 철광석을 석탄, 석회석과 함께 용광로(고로)에서 녹여 철을 만들고 불순물을 제거해(전로) 철강을 만드는 공정이다.

현재 3개 일관제철소에서 배출하는 주요 대기오염 물질은 이산화질소(NO2)와 이산화황(SO2) 등이다. 현재 배출량은 이산화질소 연평균 최대 1.5μg/m³, 이산화황 1.22μg/m³ 등이다. 여기에 초미세먼지(PM2.5)까지 가세해(0.4μg/m³) 공기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 오염 안전 수준 공해 허용량의 8~12%를 차지하는 양이다.

제철소 시작 연도 연간
조강생산량
고로 개수   (2022년)

포스코
광양제철소
1987년  2000만톤 5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010년 2400만톤(고로, 전기로 각 1200만톤) 3개
포스코
포항제철소
1973년 1600만톤 이상 3개

고농도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면 만성 기관지염, 폐렴, 폐출혈, 폐수종까지 발병할 수 있다. 또한 이산화황은 이산화질소와 함께 산성비의 주요 원인물질이고 식물의 잎맥 손상, 성장저해 및 빌딩이 등 각종 구조물의 부식을 유발한다. 

이같은 대기오염 농도와 확산도를 정량화해 대기오염 물질 노출로 인한 건강영향평가를 수행한 결과 지난해에만 506명의 조기 사망이 제철소에서 발생한 대기오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조기 사망 및 각종 호흡기 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4000억원에 달한다. 

대상 제철소 가운데 건강 피해 원인 기여가 높은 곳은 광양, 포항, 당진 순으로 나타났다. 백양국 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광양제철소가 조기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300명대"라며 "국내 타 제철소보다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량이 훨씬 많은 만큼 선도적인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생산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및 천연가스 등 탄소계환원제 대신 수소를 사용한 환원공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키는 공정기술이다. 

연구진은 3가지 시나리오 △제철소가 현행 화석연료 기반 제철을 지속할 경우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따라 화석연료 의존도가 줄어들 경우 △2번 시나리오에 더해 철강 소비 효율 향상을 통해 철강 생산량이 일부 감소하는 경우에 따른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과 건강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1번 시나리오 경우 2022~2050년 사이 제철소의 대기 오염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누적 조기사망자가 1만9355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누적 경제 비용은 약 127조원이었다.

▲지난해 일관제철소의 이산화질소(왼쪽)와 초미세먼지(오른쪽)의 평균 배출 농도 (사진=기후솔루션)

그러나 현행 고로-전로 방식을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로와 그린수소환원제철 등으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오염 물질 배출도 줄어, 누적 조기 사망을 약 최대 9800 건까지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를 막는 탄소중립 경로를 따르면 제철 공정으로 인한 대기오염 역시 크게 개선해 1만명에 가까운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기로는 전기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고철을 녹이고 성분을 조정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의 시민사회에서는 "공통적으로 제철소의 2050 탄소중립은 지구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통상 탄소중립이라고 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되는데, 철강 산업의 공정 및 연료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은 오염물질 감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철강 산업은 지금보다 구체적이고 높은 수준의 탄소중립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또 "조강 전과정에서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이 나타나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 전력과 그린 수소 확보를 위한 투자∙지원도 선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자사주 없애기 시작한 LG...8개 상장사 "기업가치 높이겠다"

LG그룹 8개 계열사가 자사주 소각, 추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LG그룹은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확대 나선다

쿠팡이 중증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을 확대한다.쿠팡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중증장애인 e스포츠 직무모델 개발과 고용 활성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LG전자 신임 CEO에 류재철 사장...가전R&D서 잔뼈 굵은 경영자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하고 신임 CEO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LG전자는 2026년 임원인사에서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이끈

네이버 인수 하루만에...두나무 업비트 '540억' 해킹사고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결정을 한지 하루만에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규모의 해킹사고가 터졌다.업비트는 27일 오전 두

기후/환경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주말날씨] 11월 마지막날 '온화'...12월 되면 '기온 뚝'

11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겠다. 일부 지역에는 비나 서리가 내려 새벽 빙판이나 살얼음을 조심해야겠다.오는 29∼30일에는 우리나라에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날씨] 아직 11월인데...눈 '펑펑' 내리는 강원도

27일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리면서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기상청은 이날 낮 12시를 기해 화천·양구군평지·강원남부산지·강원중부산

호주 화석연료 배출 전년比 2.2% 감소...재생에너지 덕분

호주가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커지면서 화석연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의 올해 화석연료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날씨] 겨울 알리는 '요란한 비'...내일부터 기온 '뚝'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지겠다.이날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