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공정 전환땐 누적 조기사망자 1만명 감소"
광양, 포항, 당진 3개 지역 일관제철소가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활용 공정으로 전환할 경우, 배출 오염물질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1만명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8일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기후솔루션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제철소와 숨겨진 진실: 국내 일관제철소의 대기오염 영향과 건강 피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각 제철소가 위치한 전남 광양(포스코), 충남 당진(현대제철), 경북 포항(포스코) 3곳에서 각각 광양환경운동연합과 전남녹색연합, 당진환경운동연합, 포항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철강 산업은 세계 대기 오염의 주요 요인이자,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주요 철강 생산국이다. 한국 조강 생산의 약 70%는 석탄 기반의 '고로-전로(BF-BOF) 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BF-BOF 공정'은 철의 원료인 철광석을 석탄, 석회석과 함께 용광로(고로)에서 녹여 철을 만들고 불순물을 제거해(전로) 철강을 만드는 공정이다.
현재 3개 일관제철소에서 배출하는 주요 대기오염 물질은 이산화질소(NO2)와 이산화황(SO2) 등이다. 현재 배출량은 이산화질소 연평균 최대 1.5μg/m³, 이산화황 1.22μg/m³ 등이다. 여기에 초미세먼지(PM2.5)까지 가세해(0.4μg/m³) 공기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 오염 안전 수준 공해 허용량의 8~12%를 차지하는 양이다.
제철소 | 시작 연도 | 연간 조강생산량 |
고로 개수 (2022년) |
포스코 광양제철소 |
1987년 | 2000만톤 | 5개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2010년 | 2400만톤(고로, 전기로 각 1200만톤) | 3개 |
포스코 포항제철소 |
1973년 | 1600만톤 이상 | 3개 |
고농도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면 만성 기관지염, 폐렴, 폐출혈, 폐수종까지 발병할 수 있다. 또한 이산화황은 이산화질소와 함께 산성비의 주요 원인물질이고 식물의 잎맥 손상, 성장저해 및 빌딩이 등 각종 구조물의 부식을 유발한다.
이같은 대기오염 농도와 확산도를 정량화해 대기오염 물질 노출로 인한 건강영향평가를 수행한 결과 지난해에만 506명의 조기 사망이 제철소에서 발생한 대기오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조기 사망 및 각종 호흡기 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4000억원에 달한다.
대상 제철소 가운데 건강 피해 원인 기여가 높은 곳은 광양, 포항, 당진 순으로 나타났다. 백양국 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광양제철소가 조기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300명대"라며 "국내 타 제철소보다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량이 훨씬 많은 만큼 선도적인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생산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및 천연가스 등 탄소계환원제 대신 수소를 사용한 환원공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키는 공정기술이다.
연구진은 3가지 시나리오 △제철소가 현행 화석연료 기반 제철을 지속할 경우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따라 화석연료 의존도가 줄어들 경우 △2번 시나리오에 더해 철강 소비 효율 향상을 통해 철강 생산량이 일부 감소하는 경우에 따른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과 건강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1번 시나리오 경우 2022~2050년 사이 제철소의 대기 오염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누적 조기사망자가 1만9355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누적 경제 비용은 약 127조원이었다.
그러나 현행 고로-전로 방식을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로와 그린수소환원제철 등으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오염 물질 배출도 줄어, 누적 조기 사망을 약 최대 9800 건까지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를 막는 탄소중립 경로를 따르면 제철 공정으로 인한 대기오염 역시 크게 개선해 1만명에 가까운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기로는 전기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고철을 녹이고 성분을 조정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의 시민사회에서는 "공통적으로 제철소의 2050 탄소중립은 지구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통상 탄소중립이라고 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되는데, 철강 산업의 공정 및 연료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은 오염물질 감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철강 산업은 지금보다 구체적이고 높은 수준의 탄소중립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또 "조강 전과정에서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이 나타나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 전력과 그린 수소 확보를 위한 투자∙지원도 선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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