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새 남성 정자수 반토막…"생식능력 임계점 임박"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1-16 14:02:27
  • -
  • +
  • 인쇄
2000년대 들어 감소율 2배 악화
연구팀 "대기오염·플라스틱 영향"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지만 남성의 생식능력이 위기에 몰리고 있고, 이는 환경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하가이 레빈(Hagai Levine) 교수 연구팀은 1973년~2018년 전세계 남성의 정자 밀도가 밀리리터당 1억1120만개에서 4900만개로 51.6%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53개국이 실시한 223건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5만7000여명의 남성 정자 수를 분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이루어진 북미·유럽·호주·뉴질랜드 남성에 대한 정자 분석 이후 최대 규모다.

분석 결과, 이전 연구에서 표본으로 다루지 않았던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1972년 이후 남성 정자 수는 전 대륙에서 매년 1.16%씩 감소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정자 감소율이 2.64%로 악화되고 있다.

논문의 주요 저자 레빈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에 무언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따라서 이같은 상황은 위기로 인식할 필요가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지나기 전에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정자의 밀도가 밀리리터당 4000만개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생식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임계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자료로 미뤄봤을 때 아직 평균밀도는 4900만개로 임계점을 웃돌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밀리리터당 1500만개 이상의 정자 수를 정상수치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이며, 여기 미치지 못해 생식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남성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표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국 셰필드대학교의 앨런 페이시(Allan Pacey) 교수는 "지난 2017년 연구에 쓰인 데이터가 검체채취 이전 남성의 마지막 사정 시점, 남성의 나이, 정자의 질, 불임환자 여부 등 정확한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정자 수가 지난 40년간 줄어들었다기보다 정자 수를 보다 더 정확하게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 의견에 스코틀랜드 던디대학교 사라 마르틴스 다 실바 생식의학 수석 교수는 "어찌됐건 일관된 숫자의 흐름이 보이고 있고, 최근 들어 감소하는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실바 교수는 "비만, 흡연, 음주, 약물 등의 잘못된 개인의 생활방식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환경오염, 플라스틱 폐기물에의 지속적인 노출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퉁지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월 인공수정을 시도한 부부 3만3876쌍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이 정자의 운동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닐스 스카케베크(Niels E. Skakkebæk) 교수는 저출산과 불임 문제가 사회·경제적 요인에 가려져 환경적 요인이 종종 무시된다며 화학물질과 불임의 연관관계가 있다고 짚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한 이래 혈액, 소변, 정액, 태반, 모유, 지방조직 등에서 화석연료에서 유래한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임신중절 수술건수는 수년간 줄어들고 있는데, 의도하지 않은 유산은 1990년 이후 오히려 1~2% 증가하고 있고, 고환암 발병률이 연평균 7만4000건에 달한다.

스사케베크 교수는 "피임약이 출시되기 전부터 출산율은 지난 5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며 "플라스틱이나 화학물질이 생식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사람을 같은 조건에 노출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경각심을 가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자사주 없애기 시작한 LG...8개 상장사 "기업가치 높이겠다"

LG그룹 8개 계열사가 자사주 소각, 추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LG그룹은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확대 나선다

쿠팡이 중증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을 확대한다.쿠팡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중증장애인 e스포츠 직무모델 개발과 고용 활성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LG전자 신임 CEO에 류재철 사장...가전R&D서 잔뼈 굵은 경영자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하고 신임 CEO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LG전자는 2026년 임원인사에서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이끈

네이버 인수 하루만에...두나무 업비트 '540억' 해킹사고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결정을 한지 하루만에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규모의 해킹사고가 터졌다.업비트는 27일 오전 두

기후/환경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주말날씨] 11월 마지막날 '온화'...12월 되면 '기온 뚝'

11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겠다. 일부 지역에는 비나 서리가 내려 새벽 빙판이나 살얼음을 조심해야겠다.오는 29∼30일에는 우리나라에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날씨] 아직 11월인데...눈 '펑펑' 내리는 강원도

27일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리면서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기상청은 이날 낮 12시를 기해 화천·양구군평지·강원남부산지·강원중부산

호주 화석연료 배출 전년比 2.2% 감소...재생에너지 덕분

호주가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커지면서 화석연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의 올해 화석연료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날씨] 겨울 알리는 '요란한 비'...내일부터 기온 '뚝'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지겠다.이날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