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국제규범...재생에너지 주민수용성 고민할 시점"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3 15:48:54
  • -
  • +
  • 인쇄
재생에너지 설비 입지 둘러싼 갈등 '이익공유'로 풀어야
수동적 보상 아닌 자발적 투자로 '에너지 시민' 육성해야
▲합천군 군화 '매화'를 모티브로 한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소 (사진=합천수상태양광주식회사)


특정지역에 쏠린 기존 대규모 발전설비와 달리,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전국적으로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BK21 사업단과 에너지전환포럼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글로컬홀에서 개최한 '재생에너지 사업의 이익공유모델과 방향'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제도적 현황과 사례발표를 통해 현장에서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날 인사말에서 "탄소중립은 이제 국제사회의 규범이고,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에 이견은 없다"며 "하지만 소수지역에 대규모 화력발전소나 원전이 들어섰기 때문에 전기를 쉽고 깨끗하게 쓸 수 있다고 믿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모든 지역에 재생에너지가 들어서야 한다는 점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 입지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우리 사회가 어떤 상황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공유' 논의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이익을 어떻게 나눠가지는지에 대한 '이익공유'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주민수용성을 촉진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 사례들에 대해 고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에 앞서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과정에서의 주민참여와 이익공유 현황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 사업의 '이익공유'에 대한 정의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업계 모두 이에 대한 취지와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임현지 연구원은 "이익공유란 개발에 따른 피해보상이 아닌 혜택과 가치를 공유하려는 취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실질적 투자 참여 없이 현금보상이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며 "보편적 사회규범인 투자의 자기책임성을 만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종의 보상금으로 통용되는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이익공유를 이행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대신 REC 지원으로 이익공유를 부담하고 있다. 또 주민참여 자금의 90%를 정책자금으로 대출을 지원한다"며 "우리나라는 정부가 보조를 너무 많이 해주고 있다. 정부가 모든 이익공유의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또 "주민들의 실질적 투자참여 없이 주민채권 전부를 사업자가 대출로 마련해주는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며 "사업자는 주민 협동조합에 무담보 대출, 주민들은 협동조합에 이름만 올리면 개인자금 투자없이 출자수익만 매월 받는 구조로 주민참여형 사업이 도태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발표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이동환 차창은 '한국형 그린뉴딜을 선도하는 지역상생형 수상태양광 개발'을 주제로 합천댐 수상태양광 사례를 발표했다. 합천댐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은 초기부터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태양광 패널로 인한 전자파·중금속에 대한 주민들의 환경적 우려와 육상 태양광발전소에 비해 30% 높은 건설비용으로 인한 수익성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기관과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협의체와 함께 모든 환경 의혹에 대해 검증했다. 또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기존 사각형 모양의 에너지설비를 합천군의 군화인 매화 모형으로 관광자원화했다.

수익성 문제의 경우 국내발전공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하면 REC 보유 의무를 부담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한국서부발전과 20년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수익구조를 안정화했다. 이밖에도 주민들이 공평하게 투자에 참여하고, 수익의 10%를 '마을기업'에 공유해 마을 전체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지역민 맞춤형 마을 상생 모델'을 마련했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자로 나선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는 "이익공유를 통해 가능한 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내 돈을 가지고 투자해야만 환경적·재무적 안정성, 미관상 문제점, 미래세대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숙의하고 이해가 높은 상태에서 성공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탄소중립 기한을 앞당겨주고, 미세먼지를 줄여주고, 신산업을 육성하는 순기능을 고려해 투자소득에 대한 세액을 80~100% 공제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이어 "발전소로부터 나오는 이익이 다른 지역으로 너무 넓게 가지 않게, 또 한편으로는 사업의 규모에 따라 지역주민의 소득수준을 고려해 주민참여 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유연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