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술도 뒤쳐지고 '탄소중립 로드맵'도 미비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전세계 GDP의 18%가 사라질 것."(세계경제포럼·WEF)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 답하지 못하는 기업은 죽는다."(거시경제학자 담비사 모요)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해를 끼치면서 영업활동을 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네덜란드공적연금운용사·APG)
국제기구, 학계,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경고처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런 경고뿐만 아니라 극지방의 따뜻한 날씨, 세계 곳곳의 이상 기후, 사람 혈액속까지 번진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오염의 심각한 대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시대다. 특히 '탄소중립'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관련기사=미국 매사추세츠대 정치경제연구소: PERI]
미국은 이르면 2024년부터 상장기업 사업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선방안을 공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온실가스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 회사에게는 이사 선임시 반대 의견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온실가스 정보 투명화와 배출량 감축을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재계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거의 갖고 있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여전히 '탄소중립=비용증가'라는 개념으로 접근, 정부의 지원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응답 157개사)을 대상으로 '차기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점 사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 '탄소중립'에 대한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을 키우자'가 아닌 '탄소중립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시 말해 기업들에게 무리한 탄소중립 목표를 강요하지 말고 현실을 감안한 탄소중립을 추진해달라는 요구다.
비슷한 시기 대한상공회의소가 4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견 조사를 보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친환경 전환 및 탄소중립 추진'을 꼽은 곳은 11.6%에 그쳤다.
기후변화 완화와 관련된 기술에 있어서도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기후변화 완화 기술 특허 개수가 8635개로 조사됐다. 이는 일본 2만3035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은 1만8329개, 독일은 1만1552개였다. 특히 탄소중립에 필수 기술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 수립에 대한 조사는 그나마 낫다.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의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대한상의의 조사를 보면, 346개사 중 91.6%가 목표를 수립했다고 나타난 것이다. 목표를 수립하지 못한 기업은 8.4%였다.
하지만 탄소중립 달성시기를 보면 4분의 3 이상인 76.3%가 '2050년'으로 잡았다. 심지어 2060년을 목표로 하는 기업도 6%였다. 2050년 이전 목표는 17.7%(2030년 9.5%, 2040년 8.2%)다. 대다수 기업이 2050년을 목표로 잡은 것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스가 늦어도 2050년까지는 해야 한다고 해서 끼워 넣은 곳이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 역시 "2030년이나 2040년까지 넷제로를 하겠다는 곳은 대부분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다"며 "나머지 기업 중 상당수는 일단 목표년도만 제시했을 뿐 아직 어떤 식으로 넷제로를 달성할 지 고심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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