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성있는 알라스토머 고체전해질 원천기술 확보
한번 충전으로 8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용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all solid state Li-metal battery)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과 미국 조지아공대 이승우 교수팀은 고무처럼 신축성이 탁월한 합성수지인 '엘라스토머' 형태의 고분자 고체전해질을 이용해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Li-ion battery)는 액체 전해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불안정성이 커서 작은 손상에도 전해액 누출로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전기자동차의 안전성을 위해서 안전하면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배터리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연구진은 탄성이 있는 플라스틱 소재인 엘라스토머 내에 리튬 이온전도도가 매우 높은 플라스틱 결정 물질을 3차원으로 연결해 '엘라스토머 고분자 고체전해질'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를 만들었더니 에너지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1㎏당 410와트시(Wh)에 달했다. 현재 주로 쓰이는 고분자 전해질인 폴리에틸렌 옥사이드(PEO)를 기반으로 한 전지의 에너지밀도는 1㎏당 280Wh다.
'전고체 리튬메탈배터리'(all solid state Li-metal battery)는 리튬메탈의 음극과 양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화재 위험성이 높은 액체 대신 고체로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밀도가 높아 대용량 충전이 가능하고, 화재 위험성도 줄어들었다.
이승우 교수는 "관련 산업계는 무기 고체전해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이는 제조하기 어렵고 비싸며, 환경친화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에 개발한 고체 고분자 전해질은 제조비용이 낮고 독성이 없는데다 고무처럼 부드러운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엘라스토머 고분자 고체전해질은 저온에서 간단한 중합공정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김범준 카이스트 교수는 "엘라스토머 고체전해질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며 "기존 고체전해질이 가진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데다 제조 공정이 매우 간단해 전고체전지 전해질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성이 뛰어난 합성수지인 엘라스토머는 이전에도 웨어러블 전자제품이나 소프트 로보틱스 등 첨단제품에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엘라스토머 소재로 개발된 이 배터리는 이온 전도성과 안전성 면에서 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배터리 기술의 핵심은 견고한 엘라스토머 내부에 플라스틱 결정물질을 3차원으로 상호연결해 형성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야 리튬 덴드라이트 성장을 방지하고 이온을 더 빠르게 이동시켜 실온에서도 고체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독특한 구조 덕분에 엘라스토머 리튬메탈배터리는 이온 전도성이 높을 뿐 아니라 안전성이 크게 우수해졌다.
마이클 리 조지아공대 기계공학대학원 연구원은 "이온 전도율이 높으면 동시에 더 많은 이온을 움직일 수 있다"며 "이런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진은 이온 전도성을 향상시켜 배터리 지속시간을 늘리고 충전시간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배터리 성능과 주기시간은 2배까지 향상됐다.
오는 2023년까지 연간 21.5GWh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할 EV배터리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할 계획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추가적인 전해질 소재를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팀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최경환 SK이노베이션 차세대배터리연구소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배터리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SK이노베이션과 이승우 교수가 공동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로 앞으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12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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