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연료, 윤활유, 플라스틱 제조에도 활용가능해
미생물을 이용해 포도당을 휘발유로 바꾸는 실험이 성공했다. 미생물이 미래자동차의 새로운 전력에너지가 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국 뉴욕의 주립대학교인 버팔로대학의 생화학자 젠 왕 박사와 캘리포니아대학의 미셸 창 그리고 한국화학연구원의 박대성 박사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포도당을 '올레핀'으로 전환시킨 연구결과를 22일(현지시간)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발표했다.
'올레핀'은 천연가스나 원유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불포화 탄화수소로, 휘발유 분자 중 하나다. 합성수지나 합성섬유, 합성고무의 소재로 쓰이며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포도당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광합성 과정에서 생성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이 개발한 이번 기술은 앞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왕 박사는 "포도당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산소와 당으로 바꾸는 광합성을 통해 생성된다"며 "포도당 및 올레핀의 탄소는 사실 대기중 이산화탄소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도당을 올레핀으로 전환하려면 2단계 과정을 거친다. 당을 먹는 미생물 그리고 촉매를 이용한 과정. 우선 연구진은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대장균의 변종들에게 포도당을 공급했다. 왕 박사는 이 미생물들을 두고 "아이들보다 더 심각한 설탕 중독자"라고 농담했다.
실험에 쓰인 대장균은 포도당을 '3-하이드록시 지방산'이라고 불리는 화합물로 변환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대장균은 포도당을 섭취하면서 지방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연구팀은 오산화니오븀(Nb2O5)이라는 촉매를 사용해, 지방산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최종적으로 '올레핀'을 만들어냈다.
왕 박사는 "이같은 방법으로 포도당에서 직접 올레핀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왕 박사는 포도당처럼 재생가능한 자원에서 만드는 바이오연료가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킬 잠재력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해당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바이오연료로 활용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려면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가령 올레핀 생산 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비용이 너무 높을 경우,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실용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왕 박사에 따르면 8개의 올레핀 분자를 생산하려면 100개의 포도당 분자가 필요하다. 이에 연구진은 현재 대장균이 포도당 1g당 더 많은 3-하이드록시 지방산을 생성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속가능한 바이오연료 개발을 진일보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레핀은 휘발유 내 분자에서 작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산업용 윤활유와 플라스틱 제조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연료 외 용도로도 활용가능하다. 또 왕 박사는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으로 향후 다른 종류의 탄화수소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게재된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는 왕 박사와 장 교수 외에도 중국 우한대학의 헝 송 박사, UC버클리대학의 에드워드 콜레스키와 노리타카 하라 박사, 민예진 그리고 미네소타대학의 박대성 박사(현. 한국화학연구원)와 가우라프 쿠마르 박사, 폴 다우엔하우어 박사로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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