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계속 투자하면 '제2서브프라임' 터진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5 16:26:54
  • -
  • +
  • 인쇄
英엑시터대 "좌초자산 최대 14조불에 달할 것"
재생에너지 전환해야 이득...韓GDP 8.9% 성장

2036년에 이르면 전세계 화석연료 자산 절반가량이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영국 엑시터대학교 장 프랑수아 메르퀴르 박사 연구팀은 미래 수요에 대한 고민없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현 추세대로 생산한다면 11~14조달러(약 1경3049조~1경6596조원) 규모의 화석연료 관련 기반시설, 부동산, 투자자산 등의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36년 전세계 화석연료 자산규모 전망치는 25조달러(2경9642조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가치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화석연료는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저자 메르퀴르 박사는 "사실 사람들이 알아차리고 말고를 떠나 '녹색전환'은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된 정치역학도 벌써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한 국가들은 더 늦기 전에 생산량을 늘려 값싼 가격에 석유를 처분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를 경우 2036년에 이르면 OPEC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최대 14조원의 좌초된 화석연료 자산을 떠안게 될 것으로 연구원들은 전망했다. 급처분으로 인한 경기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OPEC이 석유 수출입할당제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11조원의 좌초자산이 발생할 전망이다.

메르퀴르 박사는 "최악의 경우, 사람들이 계속해서 화석연료에 투자하다가 더는 자산으로 실현될 수 없을 때 알아차리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급의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수록 멀리 떨어진 오지나 기술적으로 채굴이 어려운 지역이 큰 타격을 입는다. 역청탄을 생산하는 캐나다, 퇴적암 속의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미국, 북극에 유전을 둔 러시아, 심해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브라질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럽연합(EU)과 일본, 인도 등 화석연료 주요 수입국들은 신재생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하면서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 에너지 독립 확대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일례로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이행한다는 가정 하에 OPEC이 수출입할당제를 받아들일 경우 좌초자산은 화석연료 자산의 41.6% 해당하는 2억달러(약 23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국내총생산(GDP)은 8.9%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탄소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우 화석연료 자산 보유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모두 큰 비중을 차지해 탈탄소 추진 속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화석연료 수출국의 전략에 따라 이해득실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르퀴르 교수는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석유수출국들은 수입국들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동안 가능한 한 빨리 경제를 다각화해야 한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이득이 전체적으로 공유될 수 있게 양측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논문은 4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올해만 5번째 사망자...李대통령, 포스코이앤씨 강하게 질타

올들어서만 4번의 사고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가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를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전국 65개 공사

기후/환경

+

[날씨] 비 없이 10일 넘게 '쨍쨍'...7월 '열대야' 최장기록

집중호우가 전국 곳곳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부터 지금까지 열흘 넘게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불볕더위가 장기화되면서 서울

"온실가스도 車배기가스 규제도 폐지"...美 환경규제 '흔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환경규제의 근간이 되는 온실가스 평가를 폐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제한도 폐지할 계획이다.리

밭에서 익어버린 단호박…폭염에 농산물과 축산 피해 잇달아

단호박이 밭에서 그대로 익어버리는 등 폭염에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제주시 한경면에서 미니 단호박 농사를 짓는 제주볼레섬농장 대표는 지

전담부서 해체한 美 'COP30' 불참할듯...기후리더십 中으로 이동?

미국이 올해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연합(EU)과 기후협력까지 맺은

업종별 배출량 전망 모두 빗나갔다...엉터리 통계로 NDC 수립한 尹정부

윤석열 정부 시절에 산업 부문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추는 근거로 삼았던 당시 산업연구원의 2024년 배출 전망이 완전히 빗나

캄차카반도에 '8.7 초강진'...일본·러시아 쓰나미 경보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동부 오호츠크해에 접한 캄차카반도에 대규모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근처 지역에 재난 가능성이 우려된다.러시아와 일본에는 '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