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가 아니라 '독조'...낙동강 물로 키운 상추에서 '발암물질'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0-19 18:29:40
  • -
  • +
  • 인쇄
재배 상추 1㎏당 67.9㎍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30kg 아동 상추 3장만 먹어도 가이드라인 초과
▲낙동강 부근 논에 유입된 녹조(사진=환경운동연합)


녹조가 가득한 낙동강 물로 키운 채소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낙동강은 4대강 사업 이후 이른바 '녹조 라떼'로 불릴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19일 환경운동연합에 의하면 국립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와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상추 1㎏당 67.9㎍(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해외에서는 관련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의해 생성되는 간독소 중 하나다. 독성은 청산가리의 100배 이상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해당 물질을 신체에 간암을 일으킬 우려가 높은 물질로 분류했다. 또한 몇몇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틴의 발생과 알츠하이머, 직장암 발생과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는 농작물 내 마이크로시스틴 가이드라인을 사람 몸무게 1kg당 하루 0.4㎍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산술적으로 계산했을때 몸무게 60kg의 성인이 6g짜리 상추를 먹었을 경우를 가정한다면 6장만 먹어도 가이드라인을 초과하는 셈이다. 30kg의 아동이 섭취했을 경우 불과 3장이면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초과한다. 

그런데도 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그동안 "녹조 독소의 식물 흡수 기작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안전성 검증을 외면해 왔다. 환경부에서 발간한 '녹조, 녹조현상은 무엇인가?'라는 책자에서도 "독성물질이 식물에 흡수되기도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낙동강 물로 키운 상추에서 이 정도 용량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은 강물에는 이 독성물질 농도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8월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낙동강 25개 지점 중 14개 지점에서 미국 레저활동 기준을 초과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가장 높게 검출된 낙동강 국가산단 취수구 부근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4914.39ppb로 미국 기준의 245.7배에 달한다.

이처럼 독성물질이 가득한 낙동강에서 각종 수상레저 활동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 '낙동강 수상레저'를 검색하면 다양한 업체들이 뜬다. 한 수상 레저시설에서는 세계보건기구가 '높은 위험성이 있다' 고 규정한 수상 레저기준치 20ppb의 33배인 675ppb에 달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4대강사업 이후 만연한 녹조는 이제 '독조' 상태가 됐다"면서 "독조에 가장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는 막혀 있는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환경운동연합은 "정부는 낙동강, 한강 보 처리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고, 국회는 낙동강, 한강 취‧양수장 개선 예산을 증액해 편성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참붕어빵' 제품에서 곰팡이...오리온 "전량 회수조치"

오리온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가 검출돼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오리온은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 발생 사례가 확인돼 시중에

F1 '넷제로' 향한 질주 5년만에 탄소배출량 26% 줄였다

영화 'F1 더 무비' 개봉과 함께 서킷 위 스피드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뮬러1(F1)은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도 이어가고 있다. F1은 2019년 '20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기후/환경

+

中 48.7℃ '살인더위'…폭증하는 전력수요에 에너지 수급 불안

중국이 40℃가 훌쩍 넘는 폭염에 시달리면서 전력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에너지 공급 불안을 겪고 있다.25일 중국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중국 기

[주말날씨] 주말 내내 '푹푹' 찐다...'이중 고기압'에 38℃까지

사람 체온보다 높은 38℃의 찜통더위가 오는 주말 내내 이어지겠다.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8

호주 바다 뒤덮은 독성 해조류...해양생물 400여종 '떼죽음'

호주 남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SA) 해역에서 독성 해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400여종의 해양생물이 폐사하고 지역관광이 큰 타격을 입고 있

전국 97%가 '지글지글' 폭염...2개의 고기압에 또 '열돔' 현상?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은 11일만에 다시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국 97%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기상청은 24일 서울 전역과 경기

서식지 파괴로 중앙아메리카 수목종 46% '멸종위기'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수목종의 46%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23일(현지시간) '국제식물원 보존연맹' 연구팀은 인간활동과 기

'4대강 보 철거' 15년 숙원 이뤄지나...환경장관 "금강부터 재자연화"

'4대강 보'를 놓고 15년째 이어오던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4일 금강 수계의 세종보와 백제보 그리고 금강 하굿둑 현장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