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모조리 베어놓고 탄소중립?...'30억그루' 나무심기의 민낯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1-07-13 11:52:33
  • -
  • +
  • 인쇄
▲내레이션=조인준 기자


나무로 울창해야 할 숲. 그런데 숲이 사라지고 있다.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간 숲은 흉측한 민둥산으로 바뀌고 있다. 이른바 '싹쓸이 벌목'의 결과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싹쓸이 벌목'을 최초 보도한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나무를 군데군데 베는 솎아베기는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일정면적에 있는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는 것"이라며 "산림청에 지역별로 벌목을 할당한데서 이같은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숲을 가꾸는 벌목이 아니라, 예산에 맞춘 벌목의 결과라는 얘기다. 

'싹쓸이 벌목'으로 수령이 30~40년에 이르는 나무들도 싹뚝싹뚝 잘려나갔다. 이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우려도 크다. 장마 등으로 산사태 가능성도 있고,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린 탓에 오히려 숲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벌목된 나무도 문제다. 국산 목재 이용률 중 고품질 재료로 쓰이는 건 고작 12.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저품질 재료로 소모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최병성 목사는 "지난 2014년 산림청이 수종별로 벌목이 가능한 수령 벌기령을 완화하면서 병아리에 불과한 나무들도 벌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로 인해 목재 공급량은 안정됐지만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했다. 저품질 재료로 소모되는 목재는 탄소배출량을 오히려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
 
2014년부터 어린 나무를 벨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는데 왜 유독 올해 민둥산이 많이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올 1월 산림청이 발표한 30년동안 '30억그루 나무심기' 정책을 펼친데서 찾을 수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산림청은 산림의 양을 늘려 탄소흡수율을 높인다는 취지아래 이같은 정책을 수립했다. 또 이를 통해 국내 목재산업 규모를 4조원에서 6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국내 산림에서 더이상 나무를 심을 자리가 없다는 것. 이에 산림청은 기존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재조림'하는 방식으로 '30억그루' 나무심기를 선택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 1그루를 베어내면 그 자리에 묘목 10그루를 심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산림청은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한다"면서 "나무의 체적이 늘면서 면적 당 개체수가 줄고 산림 전체 탄소흡수량은 적어진다"고 주장했다. 30년 이상의 나무는 탄소흡수율이 떨어지므로,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14년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나무는 수령이 오래될수록 체적 성장률이 증가하면서 탄소흡수량도 덩달아 높아진다. 즉, 대부분의 수종에서 크고 오래된 나무는 작은 나무에 비해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돼 있다.  

진정 숲을 못본 건 어느쪽일까? '싹쓸이 벌목'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산림청에게 민·관협의회 결성 및 계획 재검토 제의했고, 이에 산림청은 지난 6월 3일 이를 수락하고 재조림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기후/환경

+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산칼슘 저장하는 무화과 나무...왜?

무화과 나무가 자신의 일부를 돌처럼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대학(UZH) 마이크 로울리 박사 연구팀

녹색전환硏, 노원구와 시민맞춤 ‘탄소중립 안내서’ 발간

서울 노원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민 눈높이 '탄소중립 안내서'를 발간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서울 노원구와 함께 '탄소중립

벌채지역 제품 판매금지...유럽 '산림벌채법' 앞두고 회원국들 반발 확산

오는 12월 세계 최초로 '산림벌채법'(EUDR) 시행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 주요 회원국들이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법은 벌채된 땅에서

온난화로 빙하 녹으면서…전세계 화산 폭발 더 격렬해진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그 영향으로 전세계 화산 폭발이 더 빈번하고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연구

전세계 덮친 가뭄 '지구적 재앙'…강원 동해안도 생활·농업용수 위기

전세계가 폭염뿐 아니라 가뭄의 습격도 받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는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고, 우리나라 강원도 동해안의

폭염에 카디건·셔츠 매출 '쑥'...이상기후에 뜨는 '시즌리스 상품'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백화점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장마철 대표 아이템으로 꼽히던 레인부츠와 방수재킷 대신 실내 냉방 환경에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