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왓썹]"보상 더 받을라고 묘목 심은거지" …LH직원들 '땅 투기' 현장 가보니

김민우 기자 ·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6 19:10:26
  • -
  • +
  • 인쇄
경기 시흥 과림동 일대 투기 목적으로 조성된 묘목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된 곳에 미리 땅을 사둔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뉴스;트리가 직접 해당 지역을 가봤다.

문제가 된 땅은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이 지역은 재활용 사업장이 주로 모여있어, 농지가 오히려 드문 곳이다.

실제 LH직원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토지 주변은 축사와 창고형 공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약 5000㎡에 이르는 해당 토지에는 측백나무 묘목이 촘촘히 심어져 있고, 농업용수조차 확보되지 않았는지 밭 한 가운데에는 물을 대는 물탱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묘목을 키우는 밭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한 풍경이었다.

이외에도 과림동 곳곳에서 주변 건물과는 동떨어진 농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 재활용 사업장 옆은 물론, 고등학교 옆 콘테이터 박스 사이에도 묘묙밭이 조성되어 있었고, 심지어 철제 펜스로 막아둔 곳도 있었다. 

이렇게 조성된 농지들은 대부분 지난해 말부터 생긴 것들이라고 한다. 과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묘목을 심은 것은 보상을 더 받으려고 흔히 하는 일"이라며 "(투기로) 땅을 산 사람들은 농사짓기 힘들기 때문에 관리하기 쉬운 나무를 심어놓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조성된 농지는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차익을 노리고 비교적 저렴한 묘목들을 촘촘히 심어두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주민과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과림동이 개발될 것을 몰랐던 걸까. 

과림동 사업장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는 있었지만, 신도시 지정이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며 "개발 소문이 났으면 누구든 땅을 안 팔고, 나온 매물도 회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엔 공인중개사들도 근방에 땅 나온 곳 있느냐고 오히려 내게 물을 정도였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땅을 사들인 주체가 LH 직원인 줄 몰랐던 것은 공인중개사들도 마찬가지. "지난해 6월부터 9,10월까지 땅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면서도 "(개발 기대감이 없어) 사람들이 왔는데도 우리는 이해도 못 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늘어난 묘목밭들을 보고서야 개발 이슈를 짐작할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개발 정보와 토지 보상 업무에 밝은 LH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땅을 무더기로 사전 매입한 의혹이 짙다.

▲경기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 사업장 주변에 조성된 묘목밭 (사진=연합뉴스)


이에 LH는 서둘러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와 신속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누리꾼들은 "LH 직원들의 투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이라며 "'LH토지공사'가 아니라 '내 토지 공사'가 아니냐"는 등의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빈틈없는 전수조사 및 엄중한 대응을 지시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기후/환경

+

또 물에 잠긴 파키스탄...폭우에 빙하 녹은 물까지 덮쳤다

몬순(우기)를 맞은 파키스탄에 이상고온으로 빙하까지 녹아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1

40℃로 치솟는 英..."이 추세면 2070년대 폭염 사망자 3만명" 경고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070년대에 연간 3만명 넘는 사람들이 폭염에 의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10일(현지시간)

李대통령 한마디에 지자체들 발빠르게 폭염대책 마련

폭염에 취약계층과 농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해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

서울 지역에 따라 지표면 온도 4.2℃까지 차이...이유는?

서울지역 한낮 최고기온이 35℃를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서울도 지역에 따라 지표면 온도가 최대 4.2℃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숲의 면

[주말날씨] 백두대간 서쪽은 '찜통더위'...동쪽은 '더위' 꺾여

이번 주말에도 백두대간 서쪽과 내륙은 체감온도가 35℃를 넘나드는 '극한폭염'이 이어지겠다. 곳곳에서 낮동안의 폭염의 영향으로 밤에도 기온이 내

'참치' 늘고 '오징어' 줄고...뜨거워진 동해안 어종 바뀌고 있다

동해안은 전세계 연안에 비해 수온이 3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탓에 어종도 바뀌고 있다.연일 35℃가 넘는 폭염이 한창인 10일 오후 3시 동해안의 수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