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6000, 이직보너스 1억"…변호사보다 몸값 높은 개발자들

김연수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6 12:26:19
  • -
  • +
  • 인쇄
                                  (이미지=연합뉴스)

청년취업난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젊은 개발자들은 기업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다. 개발자 수요는 많은데 인력은 그만큼 구하기 어려워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발자를 모셔오기(?) 위기 초봉 6000만원에 이직보너스까지 제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IT업계는 지속적으로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렸다. 네이버와 다음(Daum)·카카오가 성장하면서 삼성·LG 등 대기업 인력 스카웃에 나섰고, 최근 몇 년 사이 '네카라쿠배 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라는 취업관련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IT기업의 채용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채용 담당자들은 "최근의 인재 영입 대란은 토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말한다. 토스는 임직원 수가 2016년 67명이었는데 2017년 118명, 2019년 380명, 2020년 780명, 올해 초 85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토스는 올해 상반기에 직원 1000명을 채우겠다고 발표하고 지금도 신규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 4년여 만에 직원 규모가 약 15배 늘어난 것이다. 토스는 경력자를 채용하면 기존 직장 연봉에서 최대 50%를 인상해주고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까지 얹어준다.

최근에는 당근마켓도 '개발자 최저 연봉 5000만원'을 내걸고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며 개발자를 뽑고 있다. 당근마켓 역시 스톡옵션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정보앱 직방도 '개발자 초봉 6000만원, 경력 사이닝 보너스 최대 1억원(기존 직장 1년치 연봉)'을 선언하며 개발자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제 직방까지 더해 '네카라쿠배 당토직'이라고 하거나, '야놀자'까지 합쳐 '네카라쿠배 당토직야'라고 해야 할 것 같다"며 "실력있는 개발자가 변호사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내에 직속 헤드헌터를 두는 게 최근 스타트업 트렌드"라며 "다단계나 보험업계처럼, 타사 인재를 경력직으로 추천해 영입이 성사되면 추천한 사람에게 보너스를 주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시계방향으로 네이버·카카오·토스·쿠팡 채용 사이트 캡처 / 사진=온라인 캡처


쿠팡도 개발자 몸값을 올리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쿠팡은 현재 인공지능(AI) 등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개발자를 영입하는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한 2년차 경력 개발자 연봉을 6000만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력 개발자 200여명을 공채하면서 "합격시 최소 5000만원의 입사 축하금을 주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쿠팡의 이같은 행보에 뒤질세라 SSG닷컴·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도 개발자 처우를 개선하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로 현금을 왕창 생긴 게임사들도 연봉 인상을 발표하고 나섰다. 넥슨은 이달 1일 "개발자 신입 초봉을 500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넷마블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넥슨·넷마블은 재직 중인 직원 연봉도 80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자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인 크래프톤이 지난 25일 "개발자 초봉 6000만원"을 전격으로 발표했다. 크래프톤은 재직 중인 개발자 연봉은 2000만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개발자 연봉이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유능한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국내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우수 개발자 양성·수급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다른 회사 경력직 빼오기에 치중하며 연봉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한 IT기업 채용 담당자는 "대학 컴퓨터공학과가 기업 현장에 맞게 커리큘럼을 짠 곳이 별로 없다"면서 "개발자의 기본인 논리적 사고조차 배우지 못하고 취업한다"고 한탄했다. 신입을 뽑으면 피팅기간을 3개월 이상 두면서 교육해야 하니까, 당연히 경력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얘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학교수들이 개발 현장을 잘 모른다. 국내 IT 기업 발전 속도에 맞는 우수 인재를 우리 대학이 못 길러내고 있다"며 "그런데 이민법 장벽도 높아서 해외 인재 영입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HLB생명과학-HLB 합병 철회…주식매수청구권 400억 초과

HLB생명과학이 HLB와 추진해오던 합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지만, 주식매

KCC, 울산 복지시설 새단장...고품질 페인트로 생활환경 개선

KCC가 울산 지역 복지시설 새단장에 힘을 보태며 사회공헌을 지속하고 있다.KCC가 지난 29일 울산해바라기센터 보수 도장을 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추

SK AX, EU 에코디자인 규제 대비 '탄소데이터 통합지원 서비스' 제공

SK AX(옛 SK C&C)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규제 본격화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민감 데이터를 지키고 규제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탄소데이터 대응 통합

안전사고 나면 감점...ESG평가 '산업재해' 비중 커지나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산업재해가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31일 ESG 평가기관에 따르면 기업의 ESG 평가에서 감점 사례

SK온-SK엔무브 합병결의..."8조 자본확충해 사업·재무 리밸런싱"

SK온과 SK엔무브가 11월 1일자로 합병한다. 지난 2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지 6개월만에 또다시 덩치를 키운다.SK이노베이션과 SK

'텀블러 세척기 사용후기 올리고 상품받자'...LG전자, SNS 이벤트

스타벅스 등 커피 매장에서 LG전자 텀블러 전용세척기 'LG 마이컵(myCup)'을 사용한 후기를 소셜서비스(SNS)에 올리면 LG 스탠바이미나 틔운 미니 등을 받을

기후/환경

+

남극 해저에 332개 협곡 발견…남극 빙붕 녹이는 역할?

남극 해저에 수천미터 깊이의 거대한 협곡들이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이 지형이 해류 흐름과 빙붕 붕괴를 결정짓는 통로

시간당 200㎜ 폭우...'물바다'로 변한 美 뉴욕·뉴저지

미국 뉴욕·뉴저지주에 시간당 최대 2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로 변했다.31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미 동부 해안지역에

[주말날씨] 뙤약볕 속 '찔끔' 소나기...다음주 남쪽부터 '비'

8월 첫 주말도 전국이 폭염으로 신음하겠다. 소나기 예보가 있지만 폭염을 가시게 하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습한 공기로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수 있

[알림]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참가기업 모집

뉴스트리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후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혁신 어워즈'

2030 재생에너지 3배 늘리기로 해놓고...96개국 국제합의 '헌신짝'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3배 늘리자는 전세계 합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가가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심해 9533m서 생물군락 첫 관측…"거대한 탄소 순환생태계 발견"

북서태평양 수심 9533m에 이르는 심해에서 생물군락을 발견하고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탑승한 잠수정으로 극한의 수압과 어둠을 뚫고 내려가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