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NOW] 하이트진로 탄소배출량 감축했다고?...생산량 감소로 '착시'

김혜지 기자 / 기사승인 : 2025-10-20 08:30:02
  • -
  • +
  • 인쇄
▲하이트진로의 판매 주류 이미지

하이트진로가 최근 2년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9% 감축한 것으로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판매량 감소로 인한 착시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트진로의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22년 대비 9.1% 줄었다. 그러면 맥주 1톤당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의미하는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도 동시에 줄어야 하는데 배출 원단위는 3년째 그대로다. 판매 감소에 의한 생산량 감축으로 온실가스가 줄어든 것이 마치 전체 배출량이 줄어든 것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하이트진로는 올해까지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를 25% 감축하겠다고 지난 2021년 선언했다. 그런데 '배출 원단위'는 3년 내내 거의 줄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21년 '25! CHALLEN'을 선언하면서 '2050 RE100'을 달성하겠다고 호언장담해놓고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와 공장별 전환율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 이행여부를 알 수 있는 ESG 정보가 '깜깜이'인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온실가스 배출총량과 배출 원단위 연도별 추이 ©newstree

◇ 올해까지 배출 원단위 25% 감축?···3년째 제자리


하이트진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11만66tCO₂eq라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2만1167tCO₂eq과 비교해서 약 9.1%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배출 원단위는 0.08tCO₂eq/톤으로 3년째 줄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의 요인이 설비 효율이나 공정 개선이 아니라 생산량 변동에 따른 결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2018~2020년 평균대비 2025년까지 배출 원단위를 25% 감축하겠다고 내건 '25! CHALLEN' 슬로건이 무색해져 버렸다.

반면 폐기물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개선 성과가 뚜렷했다. 2022년 9만347톤이었던 총 폐기물 배출량은 2024년 5만5883톤으로 38%나 줄었다. 재활용률은 무려 99.1% 상승했다. 매립 폐기물은 0톤으로 보고돼 사실상 '매립 제로(Zero Waste to Landfill)'를 달성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이트진로는 포장재 100% 친환경 전환과 2050년 매립 제로화를 목표로 한 단계별 로드맵도 제시했다. 2022~2025년까지 포장재 경량화, 2026~2030년까지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 그리고 2031~2050년까지 공정 내 재활용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이 로드맵의 골자다. 다만 단계별 추진 현황이나 소재 전환 비율 등 구체적인 수치는 보고서에 공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하이트진로의 폐기물 배출량과 재활용률(좌)과 에너지원 구성 비중 ©newstree

◇ '2050 RE100' 선언해놓고 이행률은 '비밀'

하이트진로는 지난 2021년 '2025 RE100'을 선언했다. 즉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어디에도 RE100 이행률을 찾을 수 없었다. 재생에너지도 전력 직접거래(PPA)로 할 것인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통해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고 있다. 에너지 총사용량과 에너지원 비중 '액화천연가스(LNG) 68%, 전력 31%, 경유 1%' 정도만 공개했을 뿐이다.

보고서에 없는 내용을 회사에 추가로 문의해봤지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25년 성과는 2026년에 발간될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2050 RE100'을 선언하면서 중간 이행목표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0%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까지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이행상황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ESG 경영성과를 1년마다 발간하는 보고서를 통해서만 밝히는 것은 투명성에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이트진로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20년부터 임직원들이 매년 제주 해변에서 진행하는 정화활동 등 'S(사회)' 영역을 강조한 반면 'G(거버넌스)' 영역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ESG위원회는 지난해 9차례 회의를 열고 기후변화 대응과 안전보건 등 10건의 안건을 논의했다. 보고서에는 구성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 ESG 평가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KPI 반영 방식이나 임원 성과평가 세부 구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ESG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하이트진로의 ESG 보고서는 공개하고 싶은 내용만 공개한 '반쪽짜리'라는 지적이다.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률 개선은 분명 진전이 있었지만,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 감축과 RE100 전환이라는 핵심 목표는 '비공개'로 하면서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개선 없는 감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25! CHALLEN'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감축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해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쿠쿠 또 디자인 침해?...코웨이 "끝까지 간다" 강경대응 입장

최근 출시된 쿠쿠의 '미니100 초소형 정수기'가 코웨이의 대표제품 '아이콘 정수기'와 또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두 회사간의 디자인

그린패키지솔루션, LVMH GAIA와 친환경 용기 공동개발 계약

명품 브랜드 디올(Dior) 화장품이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게 됐다.그린패키지솔루션은 세계적인 럭셔리그룹 LVMH의 기술혁신 지주

[ESG;스코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한 시도교육청은 달랑 '1곳'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곳은 '대전광역시교육청'이 유일했다.24일 뉴스트리는

신한카드, 개인정보 19만건 '술술'…유출사실 3년간 몰랐다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폰번호 등 19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인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기후/환경

+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올해 수소 소비량 65% '껑충'...내년에도 2배 늘어날 전망

올해 수소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65% 증가할 전망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4일 '제4차 모빌리티용 수소 수급 협의체'에서 올해 11월까지 수송용 수소 소

기후변화 크리스마스 풍경도 바꾼다...눈도 트리도 순록도 감소

기후변화로 갈수록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이 어려워질 전망이다.23일(현지시간) 미국 시사매체 더위크에 따르면,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으로

크리스마스에 눈 대신 '폭우'...美 캘리포니아주 '물난리'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물폭탄을 맞았다. 20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24일 정점을 찍고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까지 이어질 것이라

말라가는 美 콜로라도강…식수와 전력 공급까지 '위기'

미국 서부의 핵심 수자원인 콜로라도 강의 수위가 심각하네 낮아지면서 식수공급은 물론 수력발전까지 위협받고 있다.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

[날씨] 흐리고 추운 크리스마스...눈 내리는 지역은 어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은 기온이 내려가면서 일부 지역에 눈이 내리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