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료기업인 코카콜라는 지난 2019년에 가치사슬을 포함한 전체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5%(2015년 대비) 줄이기로 확정했었다. ESG 미디어인 트렐리스 보도를 보면 코카콜라는 최근에 이 목표를 고쳐 탄소감축 시한을 2035년으로 늦췄다. 또 일부 자회사의 배출량을 목표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MSCI는 이를 감안할 경우 코카콜라의 탄소감축 수준은 지구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2.3℃ 상승시키는 궤도에 있다고 진단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한 억제선인 1.5℃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사례는 기업을 포함해 각 부분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소감축 활동이 1.5℃ 억제 목표를 지키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각국의 미진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고려하면 파리기후협약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면 지구 기온이 최대 3.1℃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개 주요 국가(G20)는 NDC조차 지키지 못해 2030년까지 배출량이 NDC를 1기가톤이나 초과할 것이라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NDC 목표치라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UNEP는 지구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묶어두려면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42%의 탄소 배출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발등의 불로 떨어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가계,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지만 역시 기업의 책임이 제일 크다. 절반 이상의 탄소가 기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카콜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의 탄소감축이 1.5℃ 목표를 지키는 데 크게 미흡하다는 데 있다. 액센츄어 분석을 보면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목표를 정한 비율은 37%에 그치고 있다. 특히 자체 생산활동과 에너지 사용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스코프1과 스코프2의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불과 16%다. 45%의 기업은 오히려 배출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2030년 이후의 장기적인 감축계획을 제시한 기업은 절반 정도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도 말만 요란할 뿐 실적은 초라하다. 탄소정보공개정보프로젝트(CDP)는 936개 조사대상 기업 중 10%만 필요한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RE100을 선언했으며, 50%의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MSCI는 '넷제로 트래커'라는 보고서에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16개국 상장사들의 탄소감축 활동이 지구 기온을 2.8℃나 올리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대로 1.5℃ 목표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11%에 불과하다. 심지어 24% 기업은 지구 기온을 3.2℃ 끌어올리는 궤도에 진입해 있을 정도다. 상황은 선진국일수록 더 좋지 않다. 예컨대 중국과 인도는 배출 감축에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거꾸로 배출 감소폭이 2016년~2020년의 3.7%에서 2023년~2030년에는 1.8%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이슈는 1.5℃를 지키기 위한 탄소예산이 2026년 11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 시기를 넘어서서 배출되는 탄소는 지구 기온을 1.5℃ 이상으로 올리는 주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 6위인 만큼 상황이 지금까지 얘기한 글로벌 추세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한 기업이 920개 상장사 중 13.7%인 126개(2023년 7월 기준)에 그치고 있으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중 절반 가까이가 가치사슬 전반의 탄소 배출인 스코프 3를 공시하고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 생산 및 사용도 다른 나라보다 부진하다. 실제로 42.7%의 기업이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응답한 것으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나타났다. 74.2%의 기업은 탄소중립이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거나 업종의 존속에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지구공동체'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중차대한 과제다. 지구 기온의 상승을 방치할 경우 재난 및 멸종 동식물 증가 등으로 인류 생존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다. 또 그만큼 경제와 기업 경영의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탄소 감축에 대한 국제적 압박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업종의 생존을 위해 고탄소 산업구조를 용인하기보다는 인류 생존을 위한 저탄소 구조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란 말이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탄소감축은 기업에 부담만 주는 게 아니라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BCG는 기업들은 탈탄소화를 통해 7% 이상의 재무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효율성 개선, 폐기물 감소, 생산 합리화 등이 이런 효과를 가져오는 경로다.
현재 세계 각국은 당초 목표대로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를 완화해 나갈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전 지구적 위기를 해소해가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