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탈(脫)리니지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장르 신작을 여럿 내놨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엔씨소프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호연'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가 25위로 집계됐다.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는 이보다 낮은 38위다.
호연은 지난달 28일 한국을 포함해 대만, 일본 등에 동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어느곳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플레이스토어에서 호연은 이달 1일 매출 순위 30위로 시작해 5~6일 18위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2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대만에서도 매출 순위 38위로 낮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MMORPG 장르가 약세인 일본에서는 100위권 밖까지 밀려나는 등 흥행에 실패했다.
매출 순위와 함께 이용자 순위도 떨어졌다. 출시 직후 주간 이용자 수 순위는 27위로 조금 아쉽게 시작했는데, 다음주인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집계에서는 41계단이나 떨어진 68위를 기록했다.
호연은 개발 때부터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리니지, 아이온과 함께 엔씨의 대표 지적재산(IP)인 '블레이드&소울'(블소)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블소는 게임 시장에서 서양풍 중세 판타지가 주를 이루던 당시 동양풍 무협 판타지를 활용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21년 8월 IP를 활용한 '블레이드&소울2'가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호연은 출시 이후 이용자들로부터 '과도하게 유치한 연출', '아쉬운 그래픽', '성장 요소 파편화' 등 여러 비판이 나오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게임의 주 이용자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느낌"이라며 "개발 방향성이 수차례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호연은 인기 IP '리니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평과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엔씨를 구할 구원투수로도 주목받았다. 엔씨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했고 2분기에도 하락 추세가 이어져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한 368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적자를 코앞에 둔 상황이다.
이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MMORPG 단일 장르 상품만 출시한 점이 꼽힌다. 같은 장르의 경쟁작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전체 이용자 수가 나눠져 매출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엔씨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해부터 '퍼즈업 아미토이', '쓰론앤리버티'(TL), '배틀크러쉬' 등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지만 일찌감치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운영서버를 줄이는 등 흥행에 성공하진 못한 모습이다.
호연마저 반등에 실패해 부진이 이어진다면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발등에 불이 붙은 엔씨는 다시 한번 '리니지'로 반등을 노리는 모양새다. 지난 9일 리니지 IP를 활용한 4분기 출시 목표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의 티저 홈페이지를 공개했고, 오는 30일부터 사전예약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신작 정보가 나왔음에도 게이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국 급할 땐 리니지냐"라는 비판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엔씨는 흥행 IP를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신규 IP를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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