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금 계통 늘려도 2030년에나 해소"
우리나라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1.6%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60% 이상 생산하는 전라남도와 강원도 지역에 더이상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26일 뉴스트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의 송배전망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이상 추가 전력을 받아들일 수 없어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된 변전소가 전국적으로 205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되면 인근에 새로운 발전사업이 허가되지 않는다. 현재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된 변전소 205개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이 103개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전북 61개, 강원·경북 25개, 제주 16개 순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우리나라 전체 재생에너지의 60.9%를 차지한다.
특히 전북과 전남, 경북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각각 1, 2, 3위를 하는 곳이다. 풍력발전량만 놓고 보면 지난 5월 기준 강원과 제주는 145기가와트시(GWh)로 전국 314기가와트시(GWh)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전남과 광주, 전북의 전체 변전소가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됐기 때문에 2031년 12월까지 재생에너지를 더이상 늘릴 수 없다"면서 "제11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송배전선로와 변전소 확충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는 현재 수준에서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도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2026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이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일정이 지켜질지 미지수"라며 "추가 송배전망이 확충될 때까지 새로운 발전소를 허가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강원도는 7월에만 신규 풍력발전사업 3건을 이같은 이유에서 반려했다.
한전의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6월~2024년 5월까지 최근 1년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10.1%다. 정부가 수립한 '2030 NDC'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1.6%까지 높여야 한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6년 이내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11.5%포인트 더 늘려야 한다.
하지만 송배전선로가 증설되지 않으면 2030 NDC 목표는 물건너 간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폭염일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인공지능(AI) 등 첨단디지털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수요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어서, 전력생산량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
10차 전기본에 따르면 2024년 572.1테라와트시(TWh)로 예상되는 전력소비량은 2030년에 이르면 637.6TWh로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전력생산량도 늘려야 하는데, 화석연료 에너지를 대체해야 할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더이상 늘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내 최대 민간재생에너지 사업자인 SK E&S의 한 관계자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7GW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소 부지나 사업권을 확보해놓을 수는 있지만, 전력망 접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설계, 자금조달, 시공이 늦어지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수익창출에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은 충남권의 영농형 태양광을 비롯한 대안들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앞으로 AI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전력수요 증가로 10차 전기본에서 수립한 전력망 투자액 56조5000억원보다 많은 70~80조원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적자폭이 줄지 않으면서 전력망 투자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당장 송배전 확충공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2030년이나 돼야 전력계통의 여유가 풀린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고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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