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서아프리카 지역을 강타한 폭염의 원인이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밝혀졌다.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로 인해 지구 평균온도가 4℃ 오르고 폭염 빈도는 10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orld Weather Attribution, WWA)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번 서아프리카 폭염은 100년에 한번도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해 이 지역은 10년에 한번씩 극한폭염이 덮치고 있다.
보고서는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고 지구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까지 상승한다면 이같은 폭염은 격년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WA는 "전세계적으로 올 2월은 역대 2월 중 가장 더운 2월로, 9개월 연속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며 "계속 증가하는 탄소배출량과 엘니뇨 현상까지 겹친 것이 고온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에 폭염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11일~15일이었다. 이 시기에 기온은 최고 40℃ 이상 치솟았고, 평균온도는 36℃를 기록했다. 특히 열지수 문제가 심각했다. 열지수는 신체가 더위를 느끼는 정도를 반영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결합한 것으로, 이 기간 열지수는 무려 50℃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열지수가 38℃를 넘으면 '위험' 등급으로 보고 야외활동 자제 및 충분한 휴식, 식수 급여를 권고하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Royal Netherlands Meteorological Institute)의 이지딘 핀토(Izidine Pinto) 연구원은 "이는 인체에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서아프리카 국가의 주력산업이 농업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평년 기준으로 2월은 온도가 다소 낮은 달이기 때문에 그 여파가 더욱 심각하다. 와시우 아데니이 이브라힘(Wasiu Adeniyi Ibrahim) 나이지리아 기상청 관계자는 "2월 폭염은 연초에 발생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위에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구온난화가 조금만 더 진행되면 이같은 폭염은 더욱 더 심해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열악한 인프라도 폭염대응의 취약요소로 꼽힌다. 마자 발버그(Maja Vahlberg) 적십자 기후센터 활동가는 "많은 사람들이 더위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고온은 소리없는 살인자"라며 "특히 노약자,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야외 작업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서아프리카 인구의 약 절반은 열악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수백만명이 폭염에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기후위기 대응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연합(UN)은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적응비용이 2150억달러에서 38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또 극한폭염은 농업에도 큰 타격을 준다. 보고서는 "서아프리카 지역은 세계 최대의 코코아 수출국이며, 현지 농부들은 더위로 인해 약해졌다"고 밝혔다. 실제 코코아 가격은 최근 몇 년동안 폭염으로 인한 작물 피해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주요 코코아 공장이 원두를 구매할 여력이 없어 가공을 중단하거나 줄였다. 이에 코코아 원두가격 1톤당 8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앰버 소여(Amber Sawye) 영국 에너지 및 기후인텔리전스 유닛(Energy and Climate Intelligence Unit in the UK)은 "코코아를 재배하는 서아프리카의 농부들은 극심한 더위와 강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에 지원을 제공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며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조건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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