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들 '기후행동100+' 줄줄이 탈퇴...왜?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2-16 18:21:56
  • -
  • +
  • 인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이 연이어 '기후행동100+'(Climate Action 100+)를 탈퇴하고 있어,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한 기후행동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JP모건자산운용과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기후행동100+' 탈퇴의사를 밝혔다. 블랙록은 기업회원에서 탈퇴하고 소규모 국제부문으로 이전해 참여비중을 축소했다.

2017년 12월 출범한 기후행동100+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세계 최대의 투자기관 모임이다. 블랙록과 JP모건,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2020년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번에 JP모건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블랙록이 탈퇴 또는 활동범위를 축소하면서 아직 가입하지 않은 뱅가드와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글로벌 5대 자산운용사가 모두 기후행동100+ 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

기후금융 전문가들은 "기후행동 100+이 주주 영향력을 이용해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주요 자산운용사가 빠지면서 앞으로 이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라고 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와 유럽의 자산운용사간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중심이 돼서 기후행동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나서고 있어 섣부른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 자신운용사들은 기후행동100+을 비롯 다양한 기후연합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인베스코, 핌코 등 미국의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여전히 기후행동100+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해석도 있다.

블랙록은 기후행동100+의 활동범위를 축소한 것과 관련해 "기후행동100+의 2단계 전략이 미국 법률과 상충된다고 판단해 기업 회원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현행 미국법은 자산운용사가 고객의 장기적인 경제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블랙록은 "우리는 탈탄소화를 투자 목표의 일부로 설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기후 의결권 행사 옵션을 설정하고 있다"며 "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 고객의 경우, 블랙록은 계속해서 재무적 성과를 우선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후행동100+가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기후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참여를 꺼리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까지 기후행동100+는 주요 기업들에게 기후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하는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2단계 방식을 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강화된 기후행동100+ 방식은 주주 의결권 대리행사 및 투자기업 참여에 대한 우리의 독립적인 접근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탈퇴해 버렸다. JP모건은 "자체 기후 의결권 행사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기업 참여에 많은 투자를 했다"며 "이러한 부분과 자체 수탁자 책임능력의 발전을 고려할 때 JP모건은 더이상 기후행동100+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JP모건이 발행한 기후변화 참여 보고서 최신판은 "투자 문제에 대해 다른 투자자와 협력하지 않으며,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기후행동100+은 "2단계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발표한 이후 회원사가 60개 이상 늘어 현재 700개가 넘었다"며 "기후행동100+는 창립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자산운용사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는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블랙록,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가드, 기후행동100+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한 바 있고, 공화당이 집권한 웨스트 버지니아주는 지난 2022년 "JP모건, 블랙록, 골드만삭스가 화석연료 산업을 '보이콧' 한다"는 이유로 주의 신규사업 참여를 금지하기도 했다. 같은해 텍사스주는 뱅가드, 블랙록, 스테이트 스트리트를 지속가능한 투자에 관한 주 입법 청문회에 소환하자, 뱅가드는 "넷제로 에셋 매니저 이니셔티브(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