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비료에 눈돌린 글로벌 식품기업들...임박한 ESG공시 때문?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9 14:12:54
  • -
  • +
  • 인쇄

네슬레(Nestle), 하이네켄(Heineken) 등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질소비료 퇴출'을 위해 친환경 비료 스타트업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는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유럽지속가능성 공시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ESRS)을 앞두고 질소비료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SRS는 유럽에 진출한 25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로, 해당 기업들은 자사 ESG 지표를 세부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특히 이 기업들은 생산-유통-소비를 아우르는 전체 공급망의 탄소발자국을 의미하는 '스코프3'을 공시를 통해 보고해야 한다. 

이에 다국적 식품업체들은 공급망의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으로 꼽히는 질소비료 감축이 시급해졌다. 맥주 공급망의 경우 질소비료를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빵 공급망의 경우 35~40%를 차지한다. 특히 비료가 땅에 뿌려지면 토양 속 미생물이 작물의 영양분을 분해해 아산화질소(N2O)를 생성한다.

N2O는 이산화탄소(CO2)보다 온실효과가 265배나 높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질소비료와 농장 분뇨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를 차지하며, 연간 26억톤의 CO2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세계 항공과 해운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질소비료 감축을 위해 친환경 비료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매트 라이언(Matt Ryan) 네슬레 영국지사 이사는 "밀과 같은 작물은 비료가 전체 탄소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친환경 비료를 사용한다면 폐기물과 스코프3 배출을 모두 줄여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영국의 대형마트 체인점 테스코(Tesco)는 "우리는 저탄소 비료 제조업체들과 협력하는 중"이라며 "최근 현장시험에서 탄소배출량을 50% 줄인 상추와 당근, 감자 등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테스코는 2024년부터 시험면적을 1만3000헥타르로 10배 늘릴 계획이다.

친환경 저탄소 비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에 대비해 해당 기업들 투자하는 식품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이네켄은 최근 친환경 비료업체인 퍼티그하이(FertigHy)에 투자했다. 하이네켄과 퍼티그하이는 "2029년까지 연산 100만톤 규모의 저탄소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2개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베르토 마예즈(Alberto Maynez) 하이네켄 원자재 전략 이사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비료가 필요하다"며 "물론 하이네켄을 비롯해 식품업계 스스로 배출량 감축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투자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친환경 비료업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식품업체들과 계약이 크게 늘어났다.

저탄소 비료 스타트업 CCm테크놀로지(CCm Technologies)의 파웰 키시엘레프스키(Pawel Kisielewski) 대표는 "우리는 산업활동에서 포집한 CO2를 하수처리장의 슬러지, 식품공장의 부산물 등 유기물과 혼합해 친환경 비료를 만든다"며 "네슬레 및 카길 등과 제휴를 맺고 이 기업들에게서 나오는 카카오 부산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비료는 탄소배출량을 최소 70%까지 줄인다"며 "이렇게 생산된 저탄소 비료는 영국 120개 네슬레 농장에서 사용된다"고 밝혔다.

또다른 친환경 비료업체 아틀라스농업(Atlas Agro)의 피터 오스트보(Petter Ostbo) 대표는 "질소비료는 빵과 시리얼 등 대부분의 식품에서 가장 높은 탄소배출원"이라며 "다행히 친환경 비료 기술은 이미 존재하며 시장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식품 생산자들이 이를 인식하고 투자하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탄소 비료에 대한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저탄소 비료 농작물은 생산량이 적어 여전히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국제비료협회(IFA)는 "많은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제한돼 있어 가격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식품업계에서는 저탄소 작물로의 전환을 위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두아르 피엔스(Edouard Piens) 인비보(InVivo) 이사는 "스코프3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지원방안은 부족하다"며 "기존 비료와 저탄소 대체 비료간의 가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탄소 비료업체 페티그하이(FertigHy)의 호세 안토니오 데 라스 헤라스(José Antonio de las Heras) 대표는 "저탄소 비료 시장은 실제 시장이라기보다는 시연장에 가깝다"며 "업계 전반의 변화가 매우 느리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자사주 없애기 시작한 LG...8개 상장사 "기업가치 높이겠다"

LG그룹 8개 계열사가 자사주 소각, 추가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28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LG그룹은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확대 나선다

쿠팡이 중증장애인 e스포츠 인재 채용을 확대한다.쿠팡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중증장애인 e스포츠 직무모델 개발과 고용 활성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LG전자 신임 CEO에 류재철 사장...가전R&D서 잔뼈 굵은 경영자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하고 신임 CEO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이 선임됐다.LG전자는 2026년 임원인사에서 생활가전 글로벌 1위를 이끈

네이버 인수 하루만에...두나무 업비트 '540억' 해킹사고

네이버가 두나무 인수결정을 한지 하루만에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규모의 해킹사고가 터졌다.업비트는 27일 오전 두

기후/환경

+

현대이지웰, 멸종위기 '황새' 서식지 조성활동 진행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지난 26일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 일대에서 황새 서식지 보전을 위한 무논 조성 활동을 전개

[주말날씨] 11월 마지막날 '온화'...12월 되면 '기온 뚝'

11월의 마지막 주말 날씨는 비교적 온화하겠다. 일부 지역에는 비나 서리가 내려 새벽 빙판이나 살얼음을 조심해야겠다.오는 29∼30일에는 우리나라에

[ESG;스코어]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실적 1위는 'HUG'...꼴찌는 어디?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축률이 가장 높았고, 보령시시설관리공단·목포해양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IBS)

[날씨] 아직 11월인데...눈 '펑펑' 내리는 강원도

27일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리면서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기상청은 이날 낮 12시를 기해 화천·양구군평지·강원남부산지·강원중부산

호주 화석연료 배출 전년比 2.2% 감소...재생에너지 덕분

호주가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커지면서 화석연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의 올해 화석연료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날씨] 겨울 알리는 '요란한 비'...내일부터 기온 '뚝'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지겠다.이날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남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