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가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가 그간 쌓아온 의학적 진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WMO는 보고서를 통해 "각국 기상청들의 75%가 자국의 보건당국에 기상·기후 정보를 보내지만 이들 보건당국 중 25% 이하만 해당 정보들을 극한기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활용한다"며 "정부들은 글로벌 건강위기를 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를 WMO와 공동으로 작성한 비영리단체 웰컴(Wellcome)의 마들렌 톰슨(Madeleine Thomson) 기후대응국장은 "기후변화는 인류건강에 대한 전례없는 위협"이라며 "물론 일부 부유한 국가들은 이미 극한폭염으로 인한 보건위기에 대처하고 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극한 기상현상 중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추정치는 연간 약 48만9000명에 달한다. 특히 2022년 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6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WMO는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각국 보건당국들은 폭염을 비롯한 극한기후에 대한 다중 위기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국 중 절반만 국민들이 접근 가능한 경보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폭염 위협은 더욱 증가한다는 것이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은 "올해 지구권 전체가 폭염을 경험했다"며 "내년에는 엘니뇨로 인해 폭염이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내년에는 보건당국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극한기후에 관련된 보건투자는 미비한 실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적응 자금 중 건강부분에 쓰인 예산은 0.2%에 불과하다. 이에 보고서는 "보건당국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WHO) 총장은 "기후위기로 촉발된 기상이변은 질병 발생을 촉진하며 전염성을 강화시킨다"며 "각국 보건당국과 기상당국이 긴밀히 협력해 위기에 처한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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