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룩' 살아있는 청소기였네...산업폐수·약물까지 걸러낸다고?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9-30 08:01:02
  • -
  • +
  • 인쇄
▲물벼룩 (사진=위키백과)


물의 오염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되는 '물벼룩'이 산업 오폐수와 약물, 살충제까지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버밍엄대학 연구진은 물벼룩을 이용해 오폐수를 걸러내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산업 오폐수는 수질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온갖 화학유해물질이 뒤범벅돼 있는 산업 오폐수는 강과 하천 등으로 흘러들어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물과 식량까지 오염시킨다. 현재 이를 걸러내는 폐수처리 기술은 탄소배출량이 막대한 데다 수처리를 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

이에 연구진은 친환경이고 저렴한 '천연필터' 물벼룩으로 눈을 돌렸다.

물벼룩속은 450종 이상의 작은 갑각류로, 복제를 통해 번식하고 서식환경에 맞춰 개체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녹조류를 주식으로 하는 물벼룩은 먹이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먼지와 박테리아 등을 섭취한다. 연구진은 이 특성에 착안해 화학물질 흡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환경오염 우려가 가장 큰 4가지 화학물질인 약품화합물 디클로페낙, 살충제 아트라진, 중금속 비소 그리고 의류 방수에 자주 쓰이는 PFOS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강바닥의 침전물에서 휴면중인 물벼룩 배아를 채취해 부활시켰다. 물벼룩 배아는 물 밑바닥에서 적합한 부화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수세기동안 잠들어 있을 수 있다. 실험대상 물벼룩은 환경에 오염물질이 전혀 없던 시기 혹은 가장 만연한 시기였던 1900년, 1960년, 1980년 그리고 2015년의 개체로 선택됐다.

연구팀은 수족관에서, 그 다음에는 100리터 물에서 물벼룩의 여과력을 시험했다. 현재는 2000리터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 실제 처리시설에서의 시험까지 거쳤다. 다음 단계는 최대 2100만리터에서 시험할 계획이다.

실험 결과, 물벼룩은 디클로페낙 90%, 비소 60%, 아트라진 59%, PFOS 50%를 빨아들였다. 폐수처리장과 비슷한 조건의 실외환경에서도 유사한 성능을 보였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루이사 오르시니는 물벼룩의 여과성능을 두고 "기존의 모든 방법보다 탁월한 수준"이라며 "특히 PFOS의 경우 이같은 제거 효율을 지닌 수단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조셉 R 쇼 미국 인디애나대학 환경독성학자는 물벼룩을 이용한 방법이 가격이 저렴하고 탄소중립적이어서 폐수처리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편집 등 기술을 이용하면 특정 화학물질을 표적으로 삼고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슈퍼물벼룩'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궁금;이슈] 경찰 출두한 방시혁...투자자에게 IPO계획 숨겼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조사받기

해군 입대한 이재용 삼성 회장 장남...해군 통역장교로 복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4)씨가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해군 장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기후/환경

+

구글 DC 하나가 57만톤 배출?…AI로 英 탄소감축 '빨간불'

영국에 설립될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DC)가 연간 57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되자, 환경단체와 기후전문가들이 환경 영향에 대해 강력히

인천 온실가스 49% 비중 영흥화력..."2030년 문 닫아야" 촉구

수도권 내 유일한 석탄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의 2030년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모였다.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전국 시민연대체

'2035 NDC' 뜸 들이는 EU...기후 선도그룹 위상 '흔들'

유럽연합(EU)이 올해 유엔(UN)에 제출해야 할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에 대한 감축목표를 기한내에 확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회

태양빛으로 방사능 오염된 토양 정화하는 '인공식물' 개발

태양빛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인공식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울산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연구팀은 태

강릉 저수율 16.5%까지 상승...수요일 또 강릉에 '반가운 비'

강릉 시민들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6일 오전 6시 기준 16.5%를 기록했다. 주말 전후 오봉저수지 인근에 내린 81㎜의 비가 지

폭염 극심했던 유럽...올해 이상기후로 입은 피해 '70조원'

올해 극한기후로 인해 유럽이 약 430억유로(약 70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독일 만하임대학과 유럽중앙은행(ECB) 연구팀은 올여름 폭염과 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