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 있는 에너지 운송회사들이 신규 석유 파이프 라인 건설을 취소하거나 석유사업을 매각하면서 관련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및 데이터 서버 등의 확대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천연가스 부상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석유 파이프라인 회사인 마젤란 미드스트림 파트너스(Magellan Midstream Partners)는 경쟁사인 원옥(Oneok)에게 188억 달러에 매각됐다. 미젤란은 석유 운송에 치중한 기업인 반면 원옥은 천연가스 운송에 특화된 기업이다. 마젤란 경영진은 "2050년까지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5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며 "독립 기업으로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매각 이유를 밝혔다.
다른 관련기업들도 탈석유 흐름에 맞춰 사업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티씨에너지(TC Energy)는 최근 원유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을 철수하고 천연가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며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산업계와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독보적인 위치에 서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또다른 에너지 운송 파이프라인 회사인 인브릿지(Enbridge)는 미국 에너지기업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의 천연가스 유통 사업을 140억달러에 인수하는 자리에서 "꼭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번 있는 기회"라고 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천연가스가 석유보다 그나마 탄소를 덜 배출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사업 측면에서 기업들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젤란 매각설이 처음 나돌던 지난해만 해도 관련업계는 석유산업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전망을 뒤집는 예측이 속속 나오면서 석유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이번 10년동안 정점에 달하고 이후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재무정보 및 분석기업 S&P글로벌(S&P Global)의 라울 르블랑(Raoul LeBlanc) 애널리스트는 "전기회사들은 재생에너지가 잠재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중심에 서고 싶어한다"며 "또 전통적인 에너지 업계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가스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로 가는 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중요해질 연료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ESG 리스크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로 인해 석유가 누출되면 복구와 보상에 막대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최근 티씨에너지 소유의 키스톤 파이프라인에서 50만갤런의 원유가 유출돼 약 4억8000만달러의 복구 비용이 발생했다.
에너지 운송회사 경영진들은 "대형 투자자들이 현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할 때 ESG 요소를 점점 더 의식한다"며 "특히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사업에서 자본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컴퍼니(Jefferies Group)의 피트 보우덴(Pete Bowden) 에너지 및 인프라 담당이사는 "원유 물류 거래는 ESG로 인해 천연가스 거래보다 더 어려워졌다"며 "원유 운송은 더 무겁고 더러운 제품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관념이 퍼진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운동가와 지역 토지소유주들이 원유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때마다 소송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M&A전문 로펌 빈슨&엘킨스(Vinson & Elkins)의 키스 풀렌바이더(Keith Fullenweider) 회장은 "점점 기업들이 석유 파이프를 신축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추세"라며 "만들 수 없으면 사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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