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산업 수요 '먹구름'...에너지 운송회사들 사업개편 '잰걸음'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5 16:19:38
  • -
  • +
  • 인쇄

북미에 있는 에너지 운송회사들이 신규 석유 파이프 라인 건설을 취소하거나 석유사업을 매각하면서 관련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및 데이터 서버 등의 확대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천연가스 부상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석유 파이프라인 회사인 마젤란 미드스트림 파트너스(Magellan Midstream Partners)는 경쟁사인 원옥(Oneok)에게 188억 달러에 매각됐다. 미젤란은 석유 운송에 치중한 기업인 반면 원옥은 천연가스 운송에 특화된 기업이다. 마젤란 경영진은 "2050년까지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5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며 "독립 기업으로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매각 이유를 밝혔다.

다른 관련기업들도 탈석유 흐름에 맞춰 사업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티씨에너지(TC Energy)는 최근 원유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을 철수하고 천연가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며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산업계와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독보적인 위치에 서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또다른 에너지 운송 파이프라인 회사인 인브릿지(Enbridge)는 미국 에너지기업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의 천연가스 유통 사업을 140억달러에 인수하는 자리에서 "꼭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번 있는 기회"라고 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천연가스가 석유보다 그나마 탄소를 덜 배출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사업 측면에서 기업들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젤란 매각설이 처음 나돌던 지난해만 해도 관련업계는 석유산업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전망을 뒤집는 예측이 속속 나오면서 석유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이번 10년동안 정점에 달하고 이후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재무정보 및 분석기업 S&P글로벌(S&P Global)의 라울 르블랑(Raoul LeBlanc) 애널리스트는 "전기회사들은 재생에너지가 잠재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중심에 서고 싶어한다"며 "또 전통적인 에너지 업계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가스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로 가는 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중요해질 연료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ESG 리스크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로 인해 석유가 누출되면 복구와 보상에 막대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최근 티씨에너지 소유의 키스톤 파이프라인에서 50만갤런의 원유가 유출돼 약 4억8000만달러의 복구 비용이 발생했다. 

에너지 운송회사 경영진들은 "대형 투자자들이 현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할 때 ESG 요소를 점점 더 의식한다"며 "특히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사업에서 자본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컴퍼니(Jefferies Group)의 피트 보우덴(Pete Bowden) 에너지 및 인프라 담당이사는 "원유 물류 거래는  ESG로 인해 천연가스 거래보다 더 어려워졌다"며 "원유 운송은 더 무겁고 더러운 제품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관념이 퍼진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운동가와 지역 토지소유주들이 원유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때마다 소송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M&A전문 로펌 빈슨&엘킨스(Vinson & Elkins)의 키스 풀렌바이더(Keith Fullenweider) 회장은 "점점 기업들이 석유 파이프를 신축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추세"라며 "만들 수 없으면 사면 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 4명으로 좁혀졌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압축 후보군으로 임종룡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및 외부 후보 2명 등 총 4명을 선정했다고 2일

[최남수의 ESG풍향계] 조정기간 거친 ESG...내년 향방은?

올 한 해 ESG는 제도적으로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SEC(증

기후/환경

+

폭염과 폭우에 시달린 올가을...육지와 바다 기온 '역대 2위'

올가을 평균기온이 지난해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가을 기후특성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 9~11월 평균기온은 16.1℃를 기

폐허가 된 동남아 일대...'대홍수·산사태'로 사망자 '눈덩이'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일대가 폭우로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로 폐허로 변했다. 사망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4일(현지시간) AP

[날씨] 수도권 '퇴근길' 눈 온다...첫눈부터 '펑펑'

오늘 퇴근길에 눈을 맞을 수도 있다. 4일 오후 6시경 수도권에 눈이 시간당 1∼3㎝씩 거세게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발해만 쪽

2040년 '플라스틱 오염' 2배 증가...그런데 97% 줄이는게 가능하다고?

반환·재사용 제도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2040년까지 9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사립재단 '퓨

"집값 떨어져"...美 부동산 기후위험 데이터 비공개로 전환

미국 최대 부동산 매물사이트인 질로우(Zillow)가 부동산의 기후위기 노출 위험도를 공개하는 기능을 삭제했다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집값이 떨어

껌은 '미세플라스틱 폭탄'...플라스틱 성분인데 규제 사각

껌이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