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잔치는 끝났다?...'금융계 큰손' 블랙록의 이상행보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5 14:03:06
  • -
  • +
  • 인쇄
투자기업 ESG안건 가운데 7%만 찬성
화석연료 기업의 에너지 전환도 반대

ESG 트렌드에 불을 붙였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자사가 주주로 있는 기업의 ESG 의제에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ESG가 정치적 이슈로 심화되면서 이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더인디펜던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동안 이어진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 EGS 관련 안건 399개 가운데 7%인 26건만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직전년도 22%와 그 이전의 47% 찬성표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ESG '백래쉬'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가 "지나치게 특정 정파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특히 공화당은 그동안 블랙록을 향해 "깨어있는 자본주의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더이상 ESG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 CEO는 올초 열린 이사회에서 "ESG가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무기처럼 쓰이기 때문에 해당 단어의 사용을 중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남발하는 ESG 안건을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SEC)가 ESG 제안에 관한 문턱을 낮춘 이후 관련 주주제안이 급증한 것이다. 기업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는 지난해보다 40개 증가한 340건의 ESG 제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블랙록은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경제적 실익이 없거나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 주주 제안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가령 2022년 블랙록은 아마존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이후 아마존은 자발적으로 자사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올해에도 비슷한 안건이 아마존 주주총회에 상정되자, 이번에는 중복안건이라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다.

ESG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도 낮아지고 있다. 블랙록과 ISS가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ESG 결의안에 대한 중간 지지율은 2021년 32%를 기록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3%와 15%로 떨어졌다.

또다른 주요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Corporation)도 올해 주주총회에서 ESG결의안에 32%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금융계의 'ESG 잔치'는 끝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같은 반-ESG기조는 석유회사들의 에너지 전환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은 엑슨모빌(ExxonMobil) 등 화석연료 기업의 에너지 전환 및 감축 계획을 찬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블랙록은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공개발언 안건도 모두 반대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황사만 날아온게 아니었다...봄철 초미세먼지 55%는 '중국발'

봄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불청객은 황사뿐만이 아니었다. 국내 초미세먼지의 절반 이상도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국립환경과학원

3만년도 넘은 美 만년설 100년만에 사라질 위기

빙하기 때부터 이어져온 미국 산맥의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2100년에 이르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사상 첫 석탄 추월...중국과 유럽 덕분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석탄 발전량을 넘어섰다.국제에너지 분석기관 엠버(Ember)가 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상반기 글로

충북 옥천 동쪽서 규모 3.1 지진 발생…"피해 보고는 없어"

8일 오전 충북 옥천 동쪽 지역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충북 옥천군 동쪽 약 10km 지점에서 규모 3.1의 지

대만 화롄서 또 지진…새벽에 규모 5.0 진동에 '화들짝'

지난 4월 강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대만 화롄 지역에서 8일 오전 또다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대만 중앙기상청(CWB)에 따르면 지진은 이날 오전 6시

수령 어려진 열대우림...탄소저장공간 1억4000만톤 사라져

열대지역 나무들의 수령이 어려지면서, 숲에 저장돼있다 방출된 탄소가 1억4000만톤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독일 GFZ헬름홀츠 지구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