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기업의 에너지 전환도 반대
ESG 트렌드에 불을 붙였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자사가 주주로 있는 기업의 ESG 의제에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ESG가 정치적 이슈로 심화되면서 이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더인디펜던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동안 이어진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 EGS 관련 안건 399개 가운데 7%인 26건만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직전년도 22%와 그 이전의 47% 찬성표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ESG '백래쉬'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가 "지나치게 특정 정파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특히 공화당은 그동안 블랙록을 향해 "깨어있는 자본주의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더이상 ESG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 CEO는 올초 열린 이사회에서 "ESG가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무기처럼 쓰이기 때문에 해당 단어의 사용을 중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남발하는 ESG 안건을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SEC)가 ESG 제안에 관한 문턱을 낮춘 이후 관련 주주제안이 급증한 것이다. 기업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는 지난해보다 40개 증가한 340건의 ESG 제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블랙록은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경제적 실익이 없거나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 주주 제안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가령 2022년 블랙록은 아마존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이후 아마존은 자발적으로 자사의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올해에도 비슷한 안건이 아마존 주주총회에 상정되자, 이번에는 중복안건이라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다.
ESG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도 낮아지고 있다. 블랙록과 ISS가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ESG 결의안에 대한 중간 지지율은 2021년 32%를 기록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3%와 15%로 떨어졌다.
또다른 주요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Corporation)도 올해 주주총회에서 ESG결의안에 32%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금융계의 'ESG 잔치'는 끝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같은 반-ESG기조는 석유회사들의 에너지 전환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은 엑슨모빌(ExxonMobil) 등 화석연료 기업의 에너지 전환 및 감축 계획을 찬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블랙록은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공개발언 안건도 모두 반대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