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에 '환경세' 도입해야"...美·EU, 대체육 보조금 '쥐꼬리'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1 14:36:39
  • -
  • +
  • 인쇄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육류 제품에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처럼 정부 보조금 99.9%가 축산업계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에서는 대체육과 배양육 개발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벗어나기 위해서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2020년까지 미국과 EU가 대체육에 지출한 공공자금은 4200만달러(약 563억원)로, 축산업계에 대한 공공자금 445억달러(약 59조6567억원)의 0.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축산업계는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으로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우선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의 규모부터 다르다. 유럽 축산업계는 대체육·배양육업계보다 보조금을 1200배 더 많이 지원받는다. 미국은 800배 더 많다. 축산업계의 보조금은 전체 축산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유럽은 소사육 농가 수입의 절반 이상이 보조금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연구나 혁신 명목으로 지원되는 보조금도 97%가 축산농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은 축산업계는 로비자금에 이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 축산업계의 로비자금은 대체육업계보다 3배 많았고, 미국은 190배나 더 많았다고 했다. 이같은 로비는 식품정책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미국 식생활 지침이나 유럽연합 23개국의 국가 식단지침에서는 육류와 유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다. 게다가 유럽연합은 2017년부터 대체 우유 및 유제품에 '우유'나 '치즈'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체육 제품 라벨에 '모조품'이라는 표기를 명시하도록 한 법률도 발의됐다. 

연구진들은 "거의 모든 식단 지침에서 육류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지 않고 '우유'와 같은 용어를 대체 식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귀리유나 두유처럼 우유와 영양 구성과 맛이 거의 동일한 식물성 식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공서나 학교의 표준식단에는 이들을 소개조차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에릭 램빈(Eric Lambin) 스탠퍼드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표준식단은 축산업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북유럽의 경우 축산업계의 로비에 흔들리지 않아 표준식단에 식물성 음식을 명확하게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특히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실제 축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배출원이기도 하다. 또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면 오염, 토지 및 수자원 사용, 산림 파괴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육류를 덜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들은 대체육 시장이 설 곳이 없는 이유를 축산업계가 가진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램빈 교수는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축산업이 가진 힘과 그들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은 엄청나다"며 "강력한 기득권층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식물성 육류와 기존 육류간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연구진들은 육류 산업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건강 측면에서 악영향을 주는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축산업계에 막대한 공공 지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이는 다양한 대체육 기술의 확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육류 제품에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진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통해 육류 가격에 환경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는 과세, 대체육 연구, 소비자 대상의 정보 제공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 식품기구 굿푸드 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의 알렉스 홀스트(Alex Holst) 활동가는 "최근 몇 년동안 지속가능한 단백질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식탁에서 부스러기만 골라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공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램빈 교수는 "현재로서는 전혀 공평한 경쟁이 아니다"며 "우선 신사업이 확장하기 위한 기회가 있어야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고 과학자들이 대규모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데 대체육 시장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원 어스(One Earth)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전략은...KEMI, 17일 세미나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이재명 정부의 ESG 정책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ESG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50억 기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한 50억원이 서울대 문화관 재건축에 사용된다.서울대는 3일 오후 6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중강

KCC '2025 ESG 보고서' 발간...온실가스 '스코프3'까지 확장

KCC가 ESG경영 성과와 지속가능 전략을 담은 '2025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올해 11번째로 발간되는 이번 보고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

"중대재해는 기업 ESG평가의 핵심리스크...등급 차감요소로 작용"

'중대재해'가 기업의 가치와 ESG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ESG 평가 및 투자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3일 발간한 '중대재해

기후/환경

+

바닐라·유제품 생산량도 감소?...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세

바닐라와 유제품 등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품과 향신료가 기후변화에 의해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샬럿 와테인

美 캘리포니아 반년만에 또 '대형산불'...폭염과 강풍에 불길 확산

올 1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로 몸살을 앓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또다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 Fire)에

"더이상 못 참겠다"…환경부, 계양산 러브버그 직접 방제

인천 계양산에 떼로 나타났던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환경부가 결국 직접 방제에 나섰다.최근 계양산 정상을

때이른 폭염에 '가장 더운 6월'...1년만에 평균기온 또 갈아치웠다

올 6월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역대 가장 더웠던 6월'로 기록됐다.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6월 전

'불지옥'으로 변한 유럽...독일과 그리스 산불 계속 확산

역대급 폭염이 덮친 유럽에서 유럽으로 인한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가득이나 뜨거운 대기를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주말날씨] 낮 최고 36℃ '찜통더위'...밤에도 28℃ '열대야'

이번 주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겠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많겠다.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