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육류 제품에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처럼 정부 보조금 99.9%가 축산업계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에서는 대체육과 배양육 개발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벗어나기 위해서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2020년까지 미국과 EU가 대체육에 지출한 공공자금은 4200만달러(약 563억원)로, 축산업계에 대한 공공자금 445억달러(약 59조6567억원)의 0.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축산업계는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으로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우선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의 규모부터 다르다. 유럽 축산업계는 대체육·배양육업계보다 보조금을 1200배 더 많이 지원받는다. 미국은 800배 더 많다. 축산업계의 보조금은 전체 축산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유럽은 소사육 농가 수입의 절반 이상이 보조금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연구나 혁신 명목으로 지원되는 보조금도 97%가 축산농가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은 축산업계는 로비자금에 이 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 축산업계의 로비자금은 대체육업계보다 3배 많았고, 미국은 190배나 더 많았다고 했다. 이같은 로비는 식품정책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미국 식생활 지침이나 유럽연합 23개국의 국가 식단지침에서는 육류와 유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다. 게다가 유럽연합은 2017년부터 대체 우유 및 유제품에 '우유'나 '치즈'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체육 제품 라벨에 '모조품'이라는 표기를 명시하도록 한 법률도 발의됐다.
연구진들은 "거의 모든 식단 지침에서 육류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지 않고 '우유'와 같은 용어를 대체 식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귀리유나 두유처럼 우유와 영양 구성과 맛이 거의 동일한 식물성 식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공서나 학교의 표준식단에는 이들을 소개조차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에릭 램빈(Eric Lambin) 스탠퍼드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표준식단은 축산업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북유럽의 경우 축산업계의 로비에 흔들리지 않아 표준식단에 식물성 음식을 명확하게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특히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실제 축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배출원이기도 하다. 또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면 오염, 토지 및 수자원 사용, 산림 파괴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육류를 덜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들은 대체육 시장이 설 곳이 없는 이유를 축산업계가 가진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램빈 교수는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축산업이 가진 힘과 그들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은 엄청나다"며 "강력한 기득권층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식물성 육류와 기존 육류간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연구진들은 육류 산업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건강 측면에서 악영향을 주는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축산업계에 막대한 공공 지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이는 다양한 대체육 기술의 확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육류 제품에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진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통해 육류 가격에 환경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는 과세, 대체육 연구, 소비자 대상의 정보 제공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 식품기구 굿푸드 인스티튜트(Good Food Institute)의 알렉스 홀스트(Alex Holst) 활동가는 "최근 몇 년동안 지속가능한 단백질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식탁에서 부스러기만 골라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공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램빈 교수는 "현재로서는 전혀 공평한 경쟁이 아니다"며 "우선 신사업이 확장하기 위한 기회가 있어야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고 과학자들이 대규모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데 대체육 시장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원 어스(One Eart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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