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청소년들 정부 상대 '기후소송' 첫 승소...한국 재판도 '촉각'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7 19:14:00
  • -
  • +
  • 인쇄
'건강한 환경서 살 권리' 기후헌법소송 최초 승소
국내도 진행중인 기후소송 "적극적 판단 내려야"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처음 승소한 미국 청소년들 (사진=연합뉴스)

미국 청소년들이 주(州)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이 판결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청소년들은 3년전 낮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했다. 당시 청소년 원고들은 현재 성인이 됐지만 아직까지 헌재 판결은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17일 "전세계 탄소배출권 10위 국가인 우리나라도 전례없는 폭우와 불볕더위를 겪고 있고, 기후재난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현재와 미래 세대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만큼 국내 재판부도 적극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청소년 16명도 국내 청소년들과 비슷한 시기인 2020년에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원고들의 나이는 18세 이하였다. 이들은 몬태나주 정부가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석탄 및 천연가스 생산을 허용하면서 기후위기를 악화시켰다며, 이는 엄연히 위헌행위라고 주장했다. 몬태나주 헌법에는 "주와 개인은 미래 세대를 위해 몬태나의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유지·개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몬태나주는 석탄와 석유 및 가스의 주요 생산지로, 이 화석연료를 운송하기 위한 파이프라인과 기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에 원고들은 "기후변화로 얼음에 덮인 산과 호수가 있는 글레이셔국립공원의 빙하가 줄어들고, 산불 기간이 길어지는 등 이미 몬태나주 전역에 걸쳐 온난화가 확산하고 있다"며 "주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무대책이 깨끗한 물에 접근하고 가족 목장을 유지하며 사냥을 계속하는 일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몬태나주 지방법원은 이같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주 법원의 캐시 시엘리 판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주 정부의 지속적인 화석연료 개발은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주 헌법의 조항을 위반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기후정책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판결은 환경 기본권 법리와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 청소년 원고들의 기후피해 증언 등을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법정에서 과학자들이 직접 온실가스 배출증가에 따른 건강 및 환경피해에 대해 증언했고, 청소년 원고들은 가족의 목장을 위협하는 극단적 날씨, 천식을 악화시키는 산불연기,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을 증언한 바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카카오,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 발간

카카오가 2024년 한해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주요 활동과 성과를 담은 ESG 보고서 '2024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25일 발간했다.카카오는 2024년 AI

4대 금융 ESG평가 '최우수'...LG·현대차·KT·SKT 한단계 하락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개 금융지주사가 ESG경영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LG,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은 모두 한계단 하락했다.

기후/환경

+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열돔에 갇힌 美 대기오염도 악화...뉴욕 3일째 '오존 경보'

미국 중부와 동부를 뒤덮은 열돔 현상이 폭염뿐 아니라 대기질까지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뉴욕과 롱아일랜드 지역은 지상오존 농도

보조배터리부터 전자담배까지...'패스트테크' 전자폐기물 주범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에 이어 일명 '패스트테크'로 알려진 저가의 소형 전자제품들이 전세계 전자폐기물 문제의 주범이 되고 있다.패스트테크는 휴

졸업식 도중 150명 '열사병'…美 1.6억명 열돔에 갇혀있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저지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150여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현재 미국은 열돔 현상으로 1억6000만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