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만들다 죽었는데 빈소에 빵 보냈다…불매운동 불지른 SPC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1 11:28:54
  • -
  • +
  • 인쇄
유족 "인간적으로 이럴 수 있나" 분통
"SPC 상품 무조건 거른다" 반발 확산
▲20일 SPC 본사 앞에서 열린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사진=연합뉴스)

SPC그룹이 평택 제빵공장 직원의 사망사고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며 '불매운동'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 근로자 A(23) 씨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이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SPC그룹 계열사의 높은 노동 강도와 안전불감증 등을 지적하며 해당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사고가 발생한 배합실을 흰 천으로 가려놓고 작업이 진행중인 공장(사진=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6일 사고가 났던 배합실만 흰 천으로 가려놓고 다른 기계들로 작업을 재개한 공장 내부 사진이 공개돼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공장 측은 혼합기 9개 중 안전장치가 없는 7대에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다른 기계로 작업했다고 해명했지만 분노한 시민들은 "피 묻은 빵은 먹을 수 없다"며 SNS를 중심으로 SPC 28개 브랜드를 공유하는 등 SPC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SPC는 사고 발생 이틀 만인 17일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놨다.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사고 직후엔 입장 표명 없이 해외 진출 홍보자료만 배포했다가 논란이 됐던 터라 뒤늦은 사과문의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비판도 나왔다.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SPC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상)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과 베스킨라빈스·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해당 브랜드의 프렌차이즈 매장 가맹점주들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을 상대로 "매장 앞 1인 시위와 온라인 게시물 게재를 중단하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노조와 단체들은 가맹점 100m 이내에서 지정된 59가지 문구를 구호로 외치거나 유인물로 만들어 배포하는 행위, 문구가 사용된 현수막 등을 사용한 집회·시위를 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이 금지한 시위 문구 59가지는 "파렴치한 SPC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와 같은 구체적인 문구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혼내주자", "눈물로 만든 빵 안 먹어"와 같은 불매를 독려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법원이 금지 명령한 59가지 문구를 공유하는 누리집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을 개발자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20일 직접 만든 사이트 '소비자59'를 통해 법원이 금지한 59가지 문구를 공유했다. 사이트 개발자는 트위터에 해당 사이트의 링크와 함께 "진짜...너무 황당하고 화나서 이런 걸 만들어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 쉽게 59가지 문구를 트위터에 공유해보아요 #SPC불매"라는 게시글을 적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법원이 금지한 문구가 무작위로 선택되며 이를 트위터에 공유하면 '#멈춰라SPC', '#SPC불매', '#소비자59'와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문구가 공유된다.

법원의 결정에 오히려 불매운동에 불이 붙은 가운데, A씨의 빈소에 SPC가 조문 답례품이라며 빵 두 박스를 전달한 사실이 공개돼 분노의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사고로 숨진 A씨(23)의 빈소에 SPC 직원들이 두고 간 파리바게뜨 빵(사진=A씨 유족) 

지난 20일 A씨의 유족은 SPC가 지난 16일 A씨의 장례식장에 파리바게뜨의 빵 2박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족측이 공개한 사진에는 박스 안에 파리바게뜨 인기 상품인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이 들어있었다.

유족은 "SPC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는데 이걸 답례품으로 주라고 갖고 온 게 말이 되느냐. 인간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진짜 사이코패스인가?", "SPC 상품 무조건 거른다"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공식 트위터에 "해도 해도 너무한다. SPC 절대 사지도, 가지도 맙시다"라며 불매 운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SPC 측은 직원들에게 통상적으로 지원되는 상조 지원품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SPC는 "내부 직원이 상을 당했을 때 숟가락·젓가락 등 상조용품과 함께, 식사를 제때 못하는 상주나 일하는 분들을 위해 추가로 빵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면밀히 살피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