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검찰에 압수수색 당한 현대·기아차..."배기가스 기준치 4~11배 초과"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7-04 16: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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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10개 모델 모두 배기가스 검사 불합격"
독일 검찰, 배기가스 조작장치 불법부착여부 조사

최근 독일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현대·기아자동차의 10개 모델 배기가스 배출량이 모두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모델은 기준치를 무려 11배나 초과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가 최근 독일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과 관련해 확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그린피스는 검사대상 10개 모델 중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주력 모델인 'i20·ix30·싼타페·투싼·쏘렌토'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결과를 입수해 분석했더니, 10개 모델 모두 기준치보다 4~11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검찰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형사사법협력청과 공조 하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헤센주, 룩셈부르크 등의 수사인력 140명을 투입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독일·룩셈부르크 사무실 8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다. 

독일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2015년~2018년 독일 정부가 현대·기아차가 판매중이던 10개 모델에 대한 배기가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다.

2015년 독일 정부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터지자, 독일에서 판매중인 화석연료 차량 전부에 대해 실제 운행환경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검사기간에 현대·기아차 10개 모델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배기가스를 배출한 것이 확인되면서, 독일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배기가스 조작장치를 의도적으로 부착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검사에서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치를 가장 많이 초과한 모델은 i20으로 밝혀졌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 Kraftfahrt-bundesamt)이 실시한 검사에서 i20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903.09mg에 달했다. 이는 유로6 기준인 1km당 허용치 80mg보다 11.2배 높은 수치다. 현대 ix35는 1118.28mg을 배출해 유로5 기준 1km당 180mg보다 최대 6.2배 많은 질소산화물이 검출됐다. 

독일 환경단체 DUH(Deutsche Umwelthilfe)가 유로6 기준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현대 i20은 질소산화물을 1km당 861mg 배출한 것으로 나왔다. 기준치보다 10.8배 많다. 기아 쏘렌토는 490mg 배출로 6.1배, 현대 싼타페가 421mg로 5.3배, i30이 331mg, 투싼이 329mg로, 둘 다 기준치보다 4.1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독일 환경청 교통국장 출신으로 DUH에서 배기가스 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실제 도로주행 측정에서 모든 현대·기아차 모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10.8배 초과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이는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조작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가운데는 실험실 인증 검사 환경을 탐지할 경우 배출가스 정화 성능을 높이는 장치와 미리 설정된 온도 범위에서만 배출가스 정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그 외 온도에서는 정화 작용을 멈추거나 작동 수위를 낮추는 장치도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제작해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다고 홍보하는 등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배기가스를 내뿜는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 수출에 주력하고 불법적인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벤자민 스테판 그린피스 자동차 캠페이너는 이와 관련해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의 배기가스 조작 차량 수백만 대가 리콜됐고, 이들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경유차 등 화석연료 차량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그린피스 캠페인도 본격화했다"면서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와 같이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불법 조작 장치를 단 제조업체 목록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를 향해 △독일 당국의 검사 및 조사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일 이외 한국 등 전세계 다른 시장에서 불법 배기가스 장치를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즉각 밝힐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내연기관차 판매에 주력하면서 친환경 기업인 양 홍보하는 그린워싱을 멈추고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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