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배양·식물찌꺼기로 만드는 '대안커피' 속속 등장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10-18 17:10:04
  • -
  • +
  • 인쇄
핀란드, 커피잎세포 배양한 '실험실커피' 개발나서
美 아토모, 식물 찌꺼기로 만드는 '분자커피' 출시
▲VTT가 배양한 커피세포(오른쪽)와 커피가루 샘플(왼쪽) (사진=VTT)


커피를 재배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실험실 커피'가 머지않아 나올 전망이다. 이는 무분별한 벌목과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유럽 최대 기술연구소인 핀란드의 국가기술연구소(VTT)가 '배양커피' 개발에 나섰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핀란드는 2019년 기준 1인당 커피 소비량 1위 국가이다.

VTT의 배양커피는 실험실 환경에서 세포배양을 통해 제작된다. 커피나무 잎의 세포를 추출한 뒤 영양액이 가득찬 생물반응기에 넣어 세포를 배양한다. 이 때문에 살충제가 필요없고, 비료와 물 사용량이 적다. 기존 커피콩 원산지에서 수입할 필요없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어 운송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VTT는 4년내 유럽과 미국에서 규제 승인을 받고 배양커피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커피 산업은 기후위기에 대한 원인 제공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하다. 커피 수요가 급증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삼림이 파괴됐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동시에 커피 생산자들은 기상이변과 가뭄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대로 2050년에 이르면 커피 농가의 절반이 불모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VTT는 배양커피와 기존 커피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기 위해 커피의 생애주기를 수치화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시애틀 기반 스타트업 아토모(Atomo)는 '분자커피'를 출시했다. 분자커피는 대추열매 추출액,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등을 볶고 갈아서 커피 생두와 같은 성분의 화합물로 변환된 제품이다. 아토모에 따르면 분자커피 생산에는 벌목이 필요없으며 기존 커피 생산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무려 93%, 물 사용량을 94% 줄일 수 있다.

아토모는 현재 하루 1000명분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토모는 12개월 후 생산 역량을 하루 1만명분, 2년 후에는 30만명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토모 커피공장 (사진=아토모)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커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환경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댈하우지대학교 식품 유통 및 정책 학과 실뱅 샤를부아는 "캐나다인의 72%가 '실험실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응답했다"며 "생산규모를 늘리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규제와 정서적인 문제를 뛰어 넘는 것이 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지속가능성 평가위원회(COSA) 다니엘레 조바누치 위원장은 "실험실 커피의 규모확장은 기존 커피 산업에 종사하던 수백만명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에티오피아 경제의 중심은 커피"라고 우려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기반 미생물 발효 커피 스타트업 컴파운드 푸드(Compound Food)의 CEO(최고경영자) 마리셀 사엔스는 "결국 커피 생산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당장의 농사를 망치는 기후변화"라며 "비영리단체와 협업해 영세 커피농가가 더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친환경 포장재 71% 전환

셀트리온은 지속가능한 경영 활동 및 성과를 담은 '셀트리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4-2025'를 27일 발간했다.셀트리온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

넷마블, CSRD 반영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넷마블이 재생에너지 도입, 기술혁신 및 연구개발, 정보보안 등 ESG 경영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넷마블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과 지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엔씨,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감축…'ESG 플레이북 2024' 발간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했다.엔씨소프트가 지난해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ESG 플레이북(PLAY

우리금융, 다문화 장학생 1000명 대상 18.9억 장학금 지원

우리금융이 올해 다문화 장학생 1000명을 선발하고, 18억9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26일 밝혔다. 우리금융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다문화 장학사

계면활성제 대체제 나오나...LG전자 '유리파우더' 실증 나선다

LG전자가 세탁세제 원료인 계면활성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미네랄 워시(Mineral Wash)'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증에 나선다.LG

기후/환경

+

덴마크가 의장국 되는 EU...'그린딜' 후퇴 제동 걸리나?

덴마크가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에 오르며, 자국의 기후정책을 농업 분야까지 확대시키려는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환경규제

경기도, 전국 최초 '기후격차 해소 기본조례' 제정

경기도가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후격차 해소에 관한 기본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경기도는 기후격차 등

[주말날씨] 대부분 지역에 '비'...'후텁지근' 체감온도 30℃ 이상

이번 주말에는 장맛비가 전국적으로 오라가락한다. 남부 내륙은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덮치겠다.토요일인 28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대부분

챗GPT로 학교숙제?..."원자력으로 계산기만 쓰는 격"

인공지능(AI)의 탄소배출량이 모델 및 질문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수준에 따라 최대 6배, AI 모델 수준에 따라서는 최대 50배까지도

배출권 구매하고 온실가스 감축?...소송 당하는 기업들 급증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상쇄했다고 주장한 기업들이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후소송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런던정경대(LSE

"대구가 작아졌다"…1990년대 이후 몸집 절반 줄어든 이유

1990년대 이후 대구의 몸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인간의 포획활동을 회피하기 위한 유전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몸집이 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