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비대면에 변형된 일상...작은 '배려'가 필요한 때

황산 (칼럼니스트/인문학연구자) / 기사승인 : 2021-08-05 13:41:52
  • -
  • +
  • 인쇄
일러스트 @Newstree


비대면, 모두가 익숙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변이 바이러스들이 출현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방역 당국과 언론은 주로 코로나19가 미치는 경제적 국제적 사회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홀히 다뤄지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의 관계와 감정과 관련된 영역이다.

◇ 코로나가 변형시킨 미시적 일상

먼저, 인간관계가 축소되고 변형되고 있다. 당장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인간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접촉과 만남의 방식이 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만남을 경험하는 방식 또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는 사람에 따라서 감정적 단절과 정서적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디지털 초개인주의사회'로 전환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고 예측한다. 물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애가 두터워지기도 하지만, 빈번한 접촉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둘째, 공동체 경험이 단절되고 있다. 문화공연이나 체육활동, 축제를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참여하기도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이후 저녁에는 2명 이상 만날 수 없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제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들의 경우는 비대면으로 언어습득이 크게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집에만 머물고 있으니 어휘 습득과 소통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친인척과 이웃관계, 지역 사회나 학교 등 전사회적으로 공동체 유대관계가 느슨해지고 있다.

셋째, 비대면은 우리의 성격이나 감정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에다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겹쳐 불안이 만성화되고 있다. 실존적 불안을 넘어 생존의 불안이 불안사회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익숙해진 비대면 문화는 우리의 정서와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보도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09년까지 30년 사이에 디지털 접촉에 익숙한 18세에서 25세의 청년들의 공감능력이 48%나 감소했다는 미시간대학의 연구결과도 있다. 이 조사통계는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공감능력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사람들은 비대면에 익숙해져 사뭇 다른 성격과 감정 스타일을 지니게 될 것이다.

넷째, 예고없이 닥쳐온 코로나19 사태는 디지털 소외라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장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일상에서 적잖은 '불편함'을 느끼고 뒤처지기도 한다. 비단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에게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나이가 어려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스스로 온라인 학습을 하기 어려운 아동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제적 빈곤이나 맞벌이로 부모가 자녀를 섬세하게 돌보기 힘든 저소득층 및 다문화 가정의 아동들은 정규교육에서조차 심각한 소외를 겪고 있다. 이런 디지털 격차로 인한 소외현상의 적신호들이 여러 조사통계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 비대면일수록 자기 배려에 힘써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됐다. 코로나 조기종식을 마냥 바라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과연 해답이 있는 것일까? 없다. 하지만 대안적 노력은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배려'라는 가치일 것이다.

우선 자기 자신을 배려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불평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환경의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화활동이나 운동이나 학습 등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유쾌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힘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대면이 관계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공동체적 경험의 축소가 공동체의 사라짐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친밀한 우정들을 지속하고 소동아리 등 유대감 있는 작은 공동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능력을 말한다.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이에 능숙할수록 앞으로 비대면 사회에서 보다 잘 적응하고 활동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 타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해

사회적 양극화와 소외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나 공공의 영역에서 개입해 제거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문제들은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해 보자. 그렇게 한다고 해서 가까운 가족이나 이웃이 경험하는 고통이나 비명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인프라를 마련하고 복지제도를 촘촘하게 한다고 할지라도 어딘가 빈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국가가 돈을 줄 수 있지만 사랑은 줄 수 없다. 여러 돌봄제도를 통해 소외계층을 돌보고 있지만 일일이 그 마음을 매만지기는 어렵다. 사회적 돌봄과 함께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누가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가? 그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을 배려할 뿐 아니라 자신이 만나는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담은 배려를 하는 이가 코로나 위기를 가장 잘 뚫고 나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그것이 대화든 경청이든 친철이든 작은 나눔이든. 언제나 가장 위대한 실천은 작은 배려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기후/환경

+

100년 넘은 시설인데 관리예산 '삭둑'...美 오하이오주 댐 '붕괴 위험'

트럼프 정부가 댐 관리인력과 예산을 줄이면서 100년이 넘은 미국 오하이오주 댐들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 앞으로 30년동안 1만8000개 주택이 홍수 피해

가자지구 폭격 잔해 처리에서만 온실가스 9만톤 배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남겨진 가자지구의 잔해를 처리하는데 9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옥스포드와 에든버러

이란, 50℃ 넘는 폭염에 가뭄까지…물 아끼려고 임시공휴일 지정

이란 당국이 50℃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과 물 부족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물소비 제한령을 내렸다. 일부 지역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임시공휴일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최초 10MW 해상풍력 국제인증 획득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개발한 10메가와트(MW) 해상풍력발전기가 국제인증기관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형식인증을 취득했다고 23일 밝혔다. 국

햇빛 이용해 탄소배출 없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태양광 시스템을 활용해 폐수 속 오염물질을 고부가가치 에너지원인 암모니아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

기후변화로 美 북동부 폭풍 '노이스터' 위력 17% 증가

지구온난화로 미국 북동부 지역의 폭풍 위력이 증가하고 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1940년 이후 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