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자신감+재원마련'…LG 이어 SK도 '배터리 독립'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4 16:29:23
  • -
  • +
  • 인쇄
SK이노,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 결의
"투자재원 적시 조달해 성장 가속페달"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7월1일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올해 4월까지 '배터리' 관련 기술 침해로 2년여동안 LG와 법정다툼을 벌이던 SK가 LG에 이어 '배터리 사업부 독립'이라는 같은 행보를 걷는다. 두 회사 모두 배터리 사업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막대한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독립'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의했다고 4일 밝혔다. 물적 분할로 오는 9월16일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10월1일자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배터리 역시 지난해 독립한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된 후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와 LG가 이처럼 배터리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것은 '성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아울러 화학이라는 그늘 밑에서 하나의 사업부가 아닌 별개의 기업으로 분리시켜 더 커질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20년 461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3517억달러 규모로 향후 10년간 8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2020년 304억달러에서 2030년 3047억달러로 1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SK와 LG는 이같은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 그리고 본인들의 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배터리 단독 법인으로도 살아남는 것은 물론, 향후 10년 이상 그룹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이 아직 손익분기점을 못 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배터리 사업에서 97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문제될 것 없다는 평가다. 흑자전환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선 수주 잔고가 현재 1테라와트시(TWh) 이상으로 이를 금액 환산시 130조원 상당이다. CATL, LG에너지솔루션에 이은 3위 규모다. 배터리 매출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조6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그 두 배 수준인 최소 3조원 이상, 2025년에는 15조~20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지난 5월 포드와의 합작사 설립 발표 후 추가 협력의 기회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부지 선정, 추가 협력 등 세부 사업 계획을 포드와 지속 논의 중"이라며 "합작사 상업가동 시기는 2025년이 목표"라고 밝혔다. 포드가 2030년까지 연 240GWh의 배터리 공급이 필요하다 밝힌 만큼 현재 논의 중인 60GWh 외 180GWh에 대해 추가 협력 기회도 존재한다.

이런 자신감과 함께 공격적인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도 분할의 원인이 됐다. SK이노베이션측은 "이번 분할 결정의 목적은 투자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을 때 적시에 조달 방안을 실행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적기를 놓치면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이다. 점유율 1위인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 그리고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최근 투자와 비용절감 등을 통해 저렴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CATL은 최근 기존 '리튬' 기반 제품보다 저렴한 '나트륨' 기반 배터리를 공개했고, 파나소닉도 '반값 배터리'로 승부수를 걸었다. 세계 2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LG화학으로부터 분할한 후 증시 상장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SK 역시 뒤쳐지기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조금 빠르게 보일 수도 있는 현 시점에서 분할을 결정, 투자재원 마련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SK배터리도 LG에너지솔루션처럼 분할 후 상장을 통해 재원을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사측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이번 분할 결정의 목적 중 하나는 향후 투자 재원을 적시에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현대백화점, 추석 선물세트 포장재 종이로 교체 'ESG 강화'

이번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은 과일세트 포장을 100% 종이로 전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현대백화점은 기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K-컬쳐 뿌리 '국중박' 하이브와 손잡고 글로벌로 '뮷즈' 확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반려호랑이 '더피'의 굿즈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핫해진 국립중앙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의 하

하나은행, 美글로벌파이낸스 선정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 수상

하나은행은 미국의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지 '글로벌파이낸스지(誌)'로부터 '2025 대한민국 최우수 수탁은행(Best Sub-Custodian Bank in Korea 2025)'으로 선

LG생활건강, 청년기후환경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 활동 성료

LG생활건강이 자사의 청년기후환경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그린밸류 유스(YOUTH)'가 2025년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지

쏟아지는 추석선물세트...플라스틱·스티로폼 포장 '여전하네'

추석을 맞아 다양한 선물세트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선물세트들

쿠팡 '납치광고' 반복한 파트너사 10곳 형사고소...수익금 몰수

쿠팡이 이용자 의사와 무관하게 쿠팡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납치광고'를 해온 악성파트너사 10곳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납

기후/환경

+

스위스 빙하, 2015년 이후 1000개 사라졌다...'전체의 25%'

스위스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2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빙하연구소(GLAMOS) 연구팀은 2015년 이후 스위스 빙하가 약 25% 사라졌다

10억달러 피해 입힌 '괴물산불' 43%가 최근 10년에 발생

피해 금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산불의 약 절반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2일(현지시간) 칼럼 커닝햄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박

"고기는 일주일 한번"...'지구건강식단' 하루 사망자 4만명 줄인다

고기를 적당히 먹어도 식량 부문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하루 전세계 사망자를 최소 4만명씩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2일(현지시간) 요

유럽의 녹지, 매일 축구장 600개만큼 사라진다

유럽 대륙의 녹지가 개발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기후대응 촉구한 교황...트럼프 겨냥한듯 "지구 외침에 귀기울여야"

교황 레오 14세가 사실상 기후회의론자들을 겨냥해 "지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교황은 1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생태

"산불특별법, 산림 난개발 우려...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산불방지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환경운동연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