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양식장이 '연어 생존' 위협한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2 12:22:18
  • -
  • +
  • 인쇄

수산자원 격감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한 '연어 양식'이 오히려 연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생물학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양식용 연어는 오로지 빠른 성장에 특화돼 있을 뿐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으며, 야생 연어가 갖춘 별도의 생존 기술이 없다.

종국에는 양식을 통해 늘리려던 연어의 개체수가 의도와 달리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기상이변까지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양식 연어들은 생존률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번 연구는 스웨덴의 13개 하천에 서식하는 연어의 DNA를 추출해 진행했다. 비교군은 크게 2가지로, 지역 어민과 수산 생물학자들이 제공한 1920년대 발트해 연어 비늘 893개와 지금의 연어 샘플 787개다. 현재 13개의 강 가운데 5개 강에 양식 연어가 서식한다.

1920년대 이들 하천에서 연어 양식장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1950년대들어 수력발전소 붐이 일면서 연어 개체수를 지킨다는 명목 하에 대규모 연어 양식이 성행했다. 논문의 주요 저자 스웨덴 농업과학대학교 요한 오스타그렌 박사는 "유전적 변화는 양식과 함께 일어난 게 분명한 것"으로 봤다.

▲연어 DNA 변화 추이. 검정 화살표가 과거 연어 DNA에서 현재 연어 DNA로 향하는 변화로, 유전자가 점점 한 방향으로 몰려 획일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출처=영국왕립학회보B)


문제는 양식장 안에서 그치지 않는다. 양식 연어가 양식장 울타리를 벗어나거나 지정된 수역을 벗어나면 다른 야생종과 섞이게 되는데, 이때 생존에 불리한 종이 생겨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또 연어 양식은 연어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파괴한다. 야생 연어는 태어난 하천으로 회귀해 죽는데, 하천 근처의 나무와 수서생물은 연어 사체에서 나온 양분을 먹고 자란다. 숲이 더 크게 우거져 수온을 낮추면 냉수성인 연어가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고 나뭇잎과 나뭇가지는 어린 연어의 은신처가 되며 수서생물들은 어린 연어의 먹이가 된다.

영국 스완지대학교 '지속가능한 물연구센터' 소장 카를로스 가르시아 데 레아니즈는 "연어 보호문제를 기술적 오만함으로 접근해 단순히 증상(적은 연어 개체수)만 다룰 뿐 원인(줄어든 서식지, 분열된 하천)을 다루지 않았다"며 "연어 양식은 기껏해야 시간낭비이고, 최악의 경우 되돌리려는 연어 개체수에 대한 부가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ESG;스코어] 韓 해운사 탄소효율…벌크선사 팬오션이 '꼴찌'

팬오션, 현대글로비스가 우리나라 해운사 가운데 '탄소집약도지수'(CII)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LNG와 코리아LNG, KSS해운은 CII 위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대주·ESG경영개발원, ESG 컨설팅·공시 '협력'

대주회계법인과 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이 ESRS·ISSB 등 국제공시 표준 기반 통합 컨설팅 서비스 공동개발에 나선다.양사는 14일 ESG 전략·공시&mi

JYP, 美 타임지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

JYP엔터테인먼트가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 성장기업' 세계 1위에 올랐다.JYP는 미국 주간지 타임과 독일 시장분석기업 스태티스타가

우리은행, 1500억 녹색채권 발행…녹색금융 지원 확대

우리은행이 15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우리은행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

기후/환경

+

[ESG;스코어] 韓 해운사 탄소효율…벌크선사 팬오션이 '꼴찌'

팬오션, 현대글로비스가 우리나라 해운사 가운데 '탄소집약도지수'(CII)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LNG와 코리아LNG, KSS해운은 CII 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

내년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땅에 매립하지 못한다.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 및 수

미세플라스틱 '만성변비' 유발한다…장 건강 영향 첫 규명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면 변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부산대학교 바이오소재과학과 황대연 교수 연구팀은 캐나다 토

"공적금융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하면 일자리 2배 증가"

공적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늘리게 되면 국내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 취업난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왜 받아?...엉뚱한 나라로 흘러가는 기후재원

부유국 기후자금이 최빈국보다 중소득국에 더 많이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카본브리프가 공동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발생한 기업들 ESG 순위도 추락...산재로 감점 2배 증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현대홈쇼핑과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풀무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 하반기 서스틴베스트 ESG 평가에서 상위에 랭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