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는 아니잖아"…LH 직원 재산 몰수 포기한 국회

김연수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3 09:59:02
  • -
  • +
  • 인쇄
▲성남주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주거권유린 기득권적폐청산을 위한 'LH 3대 불법(땅투기, 주거이전비 떼먹기, 공사비리) 근절 확대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공직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은 국민의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당정은 부동산 개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땅 투기를 하는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이들이 얻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정작 이번 사태를 주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공직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23일 공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상임위 의원들이 고심 끝에 소급 적용을 포기한 사정이 드러난다.

지난 18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는 땅 투기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열렸다.

법안은 땅 투기에 나선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이나 그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게 하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산을 몰수·추징하는 조항과 관련해 이번 사건 장본인들에 대해 소급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다.

소급 적용이 돼야 LH 직원 등의 범죄 혐의가 수사를 통해 입증됐을 때 이들이 사들인 3기 신도시 땅을 몰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도 신도시 토지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본부(사진=연합뉴스)


소급 적용 방안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이 친일파가 축적한 재산을 몰수하는 데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소위원장이자 법조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몰수나 추징, 혹은 형벌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친일 재산이나 부패 재산 같은 것"이라며 "당시 처벌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법으로 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에 대해선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가 당시엔 이를 처벌하는 법이 없었지만 자연법으로 봐도 분명히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후에 처벌조항이 생겼을 때 소급효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 지정 전 땅을 사들이고 희귀 묘목을 빼곡히 심은 LH 직원 등의 행태로 인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에 큰 금이 갔고 지지율도 내려가고 있다.

여당 의원들로서도 어떻게든 이들이 한 푼이라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날 안건으로 오른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14건에 달한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분노 게이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땅 투기에 나선 LH 직원 등이 아무리 밉더라도 일제시대 친일파와 같은 수준으로 재산 몰수를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조 의원은 "소급 조항은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법 감정을 생각하면 소급효를 하면 시원하겠지만, 이 문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허영, 김교흥 의원이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은 소급 적용 방안을 계속 주장했다.

이에 조 의원은 "헌법을 뛰어넘는 입법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들의 농지 취득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토보상에서 제외하면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이날 소위를 통과해 19일 국토위도 통과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선 몰수 추징 조항에서 소급 적용 내용이 들어가지 않게 됐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오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낡은 옷, 포인트로 바꾸세요"...현대百 '바이백' 서비스 시행

현대백화점이 중고패션 보상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한다. 가지고 있는 의류를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기후/환경

+

도로 잠기고 차 끊기고...퇴근길 '기습폭우' 또 내린다고?

올들어 가장 높은 37.8℃까지 치솟았던 8일 서울은 퇴근길 '기습폭우'에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이날 기습폭우의 원인으로 '폭염'

인력도 예산도 깎더니...美 텍사스 대홍수 참사에 트럼프 '뭇매'

미국 텍사스 중부를 덮친 기록적 폭우로 111명이 숨지고 160명이 실종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재난 초기 대응과 기상예보 체계 붕괴에 대한 비판이 들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산칼슘 저장하는 무화과 나무...왜?

무화과 나무가 자신의 일부를 돌처럼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대학(UZH) 마이크 로울리 박사 연구팀

녹색전환硏, 노원구와 시민맞춤 ‘탄소중립 안내서’ 발간

서울 노원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민 눈높이 '탄소중립 안내서'를 발간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서울 노원구와 함께 '탄소중립

벌채지역 제품 판매금지...유럽 '산림벌채법' 앞두고 회원국들 반발 확산

오는 12월 세계 최초로 '산림벌채법'(EUDR) 시행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 주요 회원국들이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법은 벌채된 땅에서

온난화로 빙하 녹으면서…전세계 화산 폭발 더 격렬해진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그 영향으로 전세계 화산 폭발이 더 빈번하고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연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