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ESG풍향계] '독립이사'로 명칭 바뀌면 '거수기' 벗어날까?

최남수 서정대 교수 / 기사승인 : 2025-09-08 10: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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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이 지난 7월 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데 이어 공포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 감사위원의 선임과 해임시 합산 '3%룰'을 강화하며 상장사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 항목 중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는 공포 즉시 시행에 들어갔고 나머지 항목은 2026년 7월 23일 또는 2027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상법 개정안은 앞으로 기업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 등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독립이사라는 새로운 명칭이 가져올 영향과 그 의미 그리고 필요한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계기는 1997년 말부터 본격화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였다.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대기업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라는 진단이 제기되면서 그 대응책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가장 큰 비판은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4년에 사외이사 전원이 모든 이사회 안건에 찬성한 기업 비율이 95.3%로 전년 대비 1.2% 포인트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또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대기업에서의 이 비율은 2023년의 88.1%에서 92.1%로 4.0% 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진단은 진실과 오해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이사회가 큰 실패로 끝난 기업 인수나 주주에게 손실을 초래하는 물적 분할 등 사안에 사전 제동을 거는 데 별다른 역할을 못 해온 모습은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단순히 안건 찬성 비율이 높다고 해서 모든 이슈에 대해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도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 필자의 사외이사 경험을 되짚어 보면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되기 전에 사전 검토와 조율이 있기 때문에 이사들이 정말 반대하는 안건은 이사회에 오를 수 없게 돼 있는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도 반드시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민감도가 높은 사안일 경우 밀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고 회사가 아프게 들어야 할 조언이나 주문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 통과는 시키되 조건을 다는 경우들도 있다.

어쨌든 이사회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반영해 사외이사의 이름을 내년 7월부터 독립이사로 변경하게 된 것은 주주 충실의무와 함께 이사회 운영에 본질적인 변화가 가시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독립이사가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 지시자로부터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독립성의 깃발을 높이 올린 것이다. 그런 만큼 명칭 변경만으로도 사외이사가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당위성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독립이사로서의 명실상부한 역행 수행이 명칭 변경과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독립이사들이 말 그대로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사외이사 선임 또는 연임에 대한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영향력을 최소하는 방안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독립성은 허상의 목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학계 등에서 많이 논의돼온 대안들을 종합해보면, 일정한 사전 교육을 받은 후보들로 인력 풀(pool)을 구성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이 후보 중 독립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후보추천위의 구성원을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 대표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다. 만약 연기금이 사외이사 선임에 참여하면 독립성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상법 2차 개정안에 포함된 집중투표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소액주주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길이 열려 독립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외이사 연임에 대해서도 대주주와 경영진의 입김을 배제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부에서는 차라리 사외이사 연임을 없애고 단임 3년으로 제한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도하다는 생각이다. 사외이사의 전문성 활용을 위해 연임을 포함해 최대 6년까지 임기를 허용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연임 시 누가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안으로서는 외부의 독립적인 평가기관이 사외이사의 활동을 평가하고 이 결과를 활용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가 연임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외부 기관의 평가는 사외이사의 보수 수준을 정하는 데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고려돼야 하는 방안은 이제는 주주 충실의무까지 추가된 사외이사들이 안건에 대해 심도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회사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해주고 이사 교육프로그램 또는 외부 자문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사회 지원 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도 확충돼 이사회를 지원하도록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37년의 역사를 지닌 사외이사 제도는 이제 '독립이사 시대'에 들어서게 됐다. 법제화된 만큼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주목할 점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최한수·이창민·석우남, 2017)를 보면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으로 이사진의 비독립성이 기업가치를 저해한다는 점도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독립이사 제도를 잘 활용하면 기업의 지배구조도 선진화되고 주주권익도 증진되며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선순환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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