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美 부동산 기후위험 데이터 비공개로 전환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4 09:38:17
  • -
  • +
  • 인쇄

미국 최대 부동산 매물사이트인 질로우(Zillow)가 부동산의 기후위기 노출 위험도를 공개하는 기능을 삭제했다고 최근 가디언이 보도했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집주인 및 부동산 업계의 불만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온라인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이 산불, 홍수, 폭염, 폭풍, 대기오염 등 각 재해에 노출된 위험도를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그러면서 "기후위험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중요한 주택 구매 결정 요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인과 일부 주택 소유자들은 점수가 임의적이며 주택 판매에 악영향을 준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질로우는 결국 이 기후지수를 삭제하고, 대신 미국의 기후위기를 분석하는 퍼스트스트리트(First Street) 웹사이트 링크만 걸었다. 퍼스트스트리트는 질로우에 기후위험 측정 기술을 제공한 비영리 연구그룹이기도 하다.

매튜 에비 퍼스트스트리트 대표는 "기상재해가 주택에 입히는 피해가 극심해진 시대에 기후위험 정보를 지워버리면, 많은 구매자들이 눈을 감고 비행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며 "구매전 결정에서 구매 후 책임으로 떠넘겨질 뿐,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에비 대표는 "구매전 정확한 위험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보호하고 평생 지속될 재정적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이런 정보를 알지 못하면) 홍수 이후 홍수보험을 들었어야 했다는 사실, 집을 구매한 후에 산불 보험에 들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에비 대표는 질로우가 기후지수를 지운 데에는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기후재난이 반복되며 부동산 매매가 어려워지고 있는 영향이라고 보았다. 기후재난의 빈발로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급기야 캘리포니아주 등의 지역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과 인프라는 기후변화로 악화되는 극한날씨에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입은 재난 피해액은 1820억달러로,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이주량이 많은 플로리다주 등 남서부 지역은 허리케인과 폭염의 위협이 집중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재해 위험성이 증가하면서, 미국 주택보험은 가격이 오를뿐만 아니라 보험 가입 자체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개별 부동산에 기후 위험도를 측정해 매기는 것을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세밀한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높을수록, 기후위험 정보가 일부 구매자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플로리다주에 소재한 대저택이 2억95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지만, 여러차례 가격이 인하된 끝에, 해당 매물은 팔리지 못하고 시장에서 내려갔다.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이자 홍수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다.

미국 툴레인대학의 기후위험관리 전문가 제시 키넌은 "부동산을 일일이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평가가 불확실한 독점 평가 모델은 오히려 기후과학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 위험 평가를 지원하고 표준화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에비 대표는 "퍼스트스트리트의 측정 모델은 과학에 기반해 동료 검토 및 실증적 검증을 거쳤다"며 "업계가 기존에 사용한 도구들보다 개선된 위험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삼천리그룹, 국내 김 전문기업 '성경식품' 100% 인수

삼천리그룹이 국내 대표 김 전문기업인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지도표 성경김'으로도 널리 알려

쿠팡 "자체조사 아니다...정부 지시 따른 공조 수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쿠팡이 "자체조사 아니다"면서 "정부 지시에 따른 공조수사였다"고 반박했다.쿠팡은 26일 입장

"니들이 왜 조사해?"…쿠팡 '셀프조사'에 시민 반응 '싸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외부로 정보가 전송된 정황이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26일 온라인 커

쿠팡 '셀프조사' 발표에 뿔난 정부...제재강도 더 세지나?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정보가 외부로 전송된 정황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한 쿠

기부하면 금리 'UP'...하나은행 '행운기부런 적금' 한정판매

하나은행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ESG 특화 금융상품 '행운기부런 적금'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이 적금은 하나은행과 한국맥도날드의 생활금융

현대차·기아, 탄소감축 목표 SBTi 승인...英 전기차 보조금 요건충족

현대차·기아는 지난 4일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온실가스 배출감축 계획에 대한

기후/환경

+

"탈탄소화 빨라졌다"…올해 에너지전환 투자규모 2.2조달러

올해 전세계 에너지전환 투자규모가 약 2조2000억달러(약 3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막대한 자금이 청정에너지로 투자되면서 전세계 탈탄소화

전자칠판부터 프라이팬까지...친환경 표시제품에 10종 추가

친환경 표시제품에 전자칠판과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10개 제품군이 추가됐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

2년만에 닥친 '대기의 강'...美캘리포니아 이틀간 '물폭탄'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가 '대기의 강' 현상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날 내린 폭우로 일부 지역에 돌발홍수가 발생

[주말날씨] 전국이 '냉동고'...칼바람에 체감온도 -20℃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에 바람까지 거세기 불어서 체감기온이 영하 20℃까지 뚝 떨어졌다. 올들어 가장 추운 이번 한파는 27일까지 이어지겠다.2

[ESG;스코어] 경기도 31개 시군...온실가스 감축 1위는 '의왕'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권장목표를 달성한 경기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감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의왕시'로 나타났다

EU, 기업 해외이전 우려에 "철강·화학업종에 보조금 확대"

유럽연합(EU)이 철강, 화학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한다.EU 집행위원회는 철강, 화학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들에 국가보조금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